[단독]‘코리안 루트 개척’ 박영석 연락두절

입력 2011-10-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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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남벽 6500m 지점서… 대원 2명 포함18일 오후4시 “낙석이 심하다” 위성전화 후 끊겨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하고 남북극을 도보로 탐험했던 세계적인 산악인 박영석 대장(48·골드윈코리아·사진)이 안나푸르나(8091m) 남벽 등정 도중 눈사태와 낙석을 만나 연락이 두절됐다.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측은 19일 “박 대장이 정상 공격을 시작한 첫날 안나푸르나 6500m 지점에서 연락이 끊겼다. 18일 오후 4시경부터 24시간 이상 연락 두절 상태”라고 말했다.

안나푸르나 남벽은 에베레스트 남서벽(8850m), 로체 남벽(8516m)과 함께 히말라야 3대 남벽으로 꼽힌다. 해발 4200m의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표고차가 3891m에 이른다. 3대 남벽 중에서도 가장 오르기 어려운 코스다.

박 대장은 18일 오전 4시 10분(한국 시간 오전 7시 10분)부터 안나푸르나 남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신동민 강기석 두 명의 대원이 박 대장과 함께했다. 이들은 첫 날 6500m 지점에서 비박을 한 뒤 4일간 절벽에 매달린 채 식사와 잠을 해결하며 직벽을 올라 반대편으로 하산할 예정이었다.

평소 쉬운 길이 아닌 험한 길을 골라 오르는 방식의 ‘알파인 스타일’ 등반을 추구한 박 대장은 안나푸르나에서도 가장 어려운 루트를 개척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박 대장이 예정한 코스는 안나푸르나의 직벽 구간을 모두 통과하는 것으로 여태까지 시도된 등정 중 가장 험난한 코스였다.

박 대장 일행은 6500m 지점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눈과 안개가 가득하다. 낙석이 심하다”는 내용의 교신을 한 뒤 3명 모두 베이스캠프와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대원들은 박 대장의 위성전화 성능이 좋지 않은 탓에 교신이 어려워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식을 기다렸다. 연락 두절 시간이 길어지자 베이스캠프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한구 김동영 대원이 수색에 나섰다. 이들은 안나푸르나 남벽 밑에 설치됐던 공격캠프가 눈사태에 휩쓸려 사라진 것을 발견했으나 날이 어두워져 더는 수색을 할 수 없었다. 이들은 20일 날이 밝는 대로 다시 현장을 수색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원정 후원사인 LIG손해보험과 노스페이스 측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현장에 조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박 대장 일행은 9일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뒤 17일 안나푸르나 남벽 밑으로 이동해 기상 상태를 살피며 등정 계획을 세웠다. 13일 눈사태가 크게 일어나는 등 일기가 좋지 않았으나 15일부터 21일 사이에는 날씨가 맑을 것으로 예상돼 이 기간에 등정을 마칠 예정이었다. 13일 생일을 맞았던 박 대장은 “무조건 정상에 간다. 중간에 내려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박 대장은 2007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도전 중 두 명의 대원을 잃었으나 2009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 ‘코리안 루트(박영석 루트)’라 이름 지었다. 재단 측은 “박 대장은 극한상황에서도 생존해 왔던 전문 산악인이다”며 그가 이번에도 난관을 뚫고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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