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알 사드와 재계약 힘들 것"

입력 2011-11-08 10: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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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드 이정수.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대표팀 중앙수비수 이정수(31·알 사드)는 최근 한국축구 최대 이슈메이커였다.

그는 난투극으로까지 이어졌던 지난 달 19일 수원 삼성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비신사적인 골을 넣은 동료들에게 화를 내며 수원에 1골을 내주자고 주장했고 결국 교체 아웃됐다.

5일 전북 현대와의 결승에서는 전후반 90분과 연장 풀타임을 뛰며 승부차기까지 찼다. 이정수는 실축했지만 알 사드는 승부차기에서 승리해 아시아 챔피언에 올랐다.

당시 우승하고도 별로 기뻐하지 않는 듯한 이정수의 모습이 또 한 번 큰 화제가 됐다. 이정수가 알 사드를 떠나기로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말도 나왔다. 진실은 무엇일까.

아랍에메리트연합(UAE) 두바이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 이정수를 7일(한국시간) 숙소인 뫼벤픽 부르 두바이 호텔에서 전격 만났다. 민감한 주제라 대답을 꺼려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밖이었다. 이정수는 30여 분에 걸쳐 담담한 어조로 준결승과 결승 당시 상황과 우승 후 뒷이야기들을 자세히 털어놨다.


- 알 사드 팀 동료들은 카타르로 갔나.
“카타르에 있는 와이프에게 들어보니 현지에서 카 퍼레이드하는 등 난리가 났다고 한다.”

- 승부차기 실축에 대해 논란이 많다. 혹시 일부러 못 넣은 것은 아닌가.

“설마. 나는 잘 차고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운이 없어서 골대 맞고 나왔다.”


- 평소에도 승부차기 킥을 했나.

“우리 팀이 예전에 컵 대회 우승을 했는데 그 때 4강전 승부차기를 찼다. 이번과 비슷한 방향과 킥으로 찼고 그 때는 골을 넣었다.”


- 우승하고도 기뻐하지 않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민망했다. 수원 전이 끝나고 감독과도 미팅했고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다. 그런데도 그런 일 있고 나니 우승 세리머니 같은 거 못하겠더라. 한국 사람들도 보고 있고. 우리가 깔끔하게 우승한 것도 아니고.”


- 동료들에게 사과는 스스로 자청했나.

“나는 사과할 일은 없다고 본다. 감독과는 오해를 푼 것이다. 1차전 교체 당시 나는 감독이 교체하는 줄 알았고 감독은 내가 교체를 원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그런 오해를 풀었다. 그리고 우리 팀이 상대에게 1골을 내줘야 하는 결정은 내가 아닌 감독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그걸 주장하면서 동료들과 싸운 부분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 동료들 반응은.

“다 이해해 줬다. 1명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스태프들은 나에게 좀 실망한 듯 하다. 그 전에 웃고 이야기하던 스태프들이 요즘 그러지 않는다.”


- 4강 2차전 때 동료 벨하지와 말다툼을 하던데.

“그건 세트플레이 수비 위치에 대한 것이었다. 벨하지도 경기 후 나에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다. 선수들과는 너무 잘 지낸다.

감독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이나 카타르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잘 교육을 받았지만 아프리카 선수들은 다르다고. 그들이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이건 잘못된 골 맞다고 했다. 감독에 나에게 묻더라. 혹시 수원이 아니고 다른 팀이었어도 똑 같은 반응 보였을 거냐고.

난 당연하다고 말했다. 난 친정 팀이라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니다. 우리가 페어 하지 않은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알 사드 호르헤 포사티 감독은 수원 전이 끝나고 “우리 선수들도 피해를 봤다. 수원 선수들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는 취지의 말을 해 한국 축구 팬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실상은 그도 그 골이 잘 못된 득점이고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언론 인터뷰는 팀 사기 진작 차원을 위한 것이었음이 이정수를 통해 확인됐다.)


- 우승 후 파티는.

“팀 동료나 스태프들이 오늘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파티를 할 것이니 같이 가자고 계속 졸랐지만 나는 대표팀에 가야 한다며 샤워하고 그냥 나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 이런 일련의 상황 때문에 팀을 떠나기로 마음 굳혔다는 말이 있다.

“절대 아니다. 원래 경기 끝나고 바로 대표팀에 합류하려고 짐을 싸서 경기장에 갔었다. 감독에게도 그 전에 말 했었다.”


- 내년 여름 계약이 만료된다. 진로는.

“모르겠다. 이 팀에서는…. 솔직히 스태프들과도 아직 어색하고. 재계약하기는 힘들 것 같다.


- 그렇다면 이적료를 받기 위해 알 사드가 올 겨울 팔 가능성이 높지 않나.

“내 이적료가 70억이다. 70억을 주고 누가 나를 데려갈 수 있을까.”


- 바이아웃이 70억이라는 건가.

“맞다. 내가 일본에서 중동 갈 때 이적료가 30억 수준이었다. 70억 바이아웃에 대해 나도 처음에 난색을 표했지만 중동은 돈이 많아 언제든 다른 팀이 데려갈 수 있어 이 정도 이적료는 책정해 놔야 한다고 하더라. 팀 동료 레안드로에게 물으니 그의 바이아웃은 150억원 이라고 하더라.”


- 그래도 내년 여름이면 이적료 한 푼 못 받는 데 금액을 낮춰서라고 알 사드가 그 전에 팔지 않겠나.

“내가 봤을 때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알 사드에서 만일 재계약을 제의 한다면.

“고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와이프와도 상의해야 한다. 일본에 가는 것도 서로 이야기 해 봤는데 와이프가 일본은 (원전 때문에) 아직 위험하지 않느냐고 하더라.”


- 많은 사람들이 우승 보너스를 궁금해 한다.

“수원 전이 끝나고 나서 왕자가 팀 라커룸에 들어와서 우승하면 1인 당 3억 원씩 준다고 약속했다. 게임을 뛰던 못 뛰던 상관없이 3억을 준다고 했다.”


- 이정수의 행동이 국내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 남겼다. 애국심이 대단하다는 말도 있다.

“나는 페어플레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던 거지 애국심에서 한 것은 아니다.”

(이정수는 알 사드에서 카타르 선수들과 정이 참 많이 들었다고 했다. 좋은 친구들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그렇지만 침대축구에 대해서 이정수는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 침대축구 논란이 많다.

“나도 창피할 때가 있다. 수원과 4강 2차전 때도 우리 골키퍼가 다리 쥐가 난다며 장갑과 축구화 끈까지 풀고 눕더라. 정말 창피해서 수원 (염)기훈이에게 미안하다. 낯이 뜨겁다고 했다. 맨 처음에 카타르 갔을 때 우리가 1-0으로 이기자 골키퍼가 아무 상황도 아닌데 눕더라. 난 처음에 모르고 그를 일으켜 줬더니 나에게 막 화를 냈다. 그 다음부터는 절대 일으켜 주지 않는다.”


- 대표팀 이야기를 해보자. 기성용과 9살 차이인데도 격의 없이 지낸다.

“내가 만만한 것 같다. 저번에 동국이가 왔을 때는 후배들이 어려워하더라. 밥 먹을 때 내 옆에 동국이가 있어 일부러 (윤)빛가람을 불렀더니 말 한 마디도 못하고 밥만 먹더라. 근데 오늘 밥 먹을 때는 가람이가 내 옆에 앉았는데 그렇게 수다를 떤다.”


- 대표팀 최고참으로 역할이 큰데.

“맞다. 주장 주영이도 많이 도와줘야 한다. 감독님도 주영이 많이 도와주라고 말씀하신다. 주영이가 외출 나가거나 그런 상황 생기면 많이 물어본다. 건의사항 있으면 선수들이 이런 거 원하는데 코칭스태프에게 이야기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런 것도 많이 상의한다. 감독님도 주영에게 말 직접 못하는 것 나에게 대신 이야기 할 때도 있다.”

두바이(UAE)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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