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 위의 호랑이들 “살 떨리네”

입력 2012-0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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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독, 부임직후 내준 ‘체중·체지방 숙제’ 검사
불합격땐 연봉 5% 벌금…부상병 제외 전원 통과

8일 오전 광주구장 실내체력훈련장 앞에 모인 KIA 선수들의 표정은 사뭇 긴장됐다. 선동열 감독이 지난해 10월 31일 모든 선수들의 체중과 체지방을 측정한 뒤 이날 개인별 목표를 통과하지 못하면 연봉의 5%를 벌금으로 내게 했기 때문이다. 연봉 1억원을 받는 선수라면 벌금이 무려 500만원인 데다, 무엇보다 신임 감독이 내준 첫 번째 숙제였기에 긴장감은 남달랐다. 특히 체중은 식사조절과 사우나 등을 통해 단기간에 일정수준 감량할 수 있지만 체지방은 꾸준한 관리와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까닭에 지난 한 달간 KIA 선수들은 모두 이날을 D-데이 삼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체지방 측정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선 감독은 “6∼7일 서산 현대농장에서 선수단 워크숍을 했다. 서로의 목표와 팀워크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저녁에 현대농장에서 특A급 한우를 제공했는데 선수들 대부분이 젓가락을 대지 않고 고기를 바라만 봐서 놀랐다”며 웃었다. 이어 “그날 저녁 쇠고기를 먹은 것만큼은 측정에서 빼줄 테니 맘껏 먹으라고 내가 말한 다음에야 고기를 한점 들 정도로 선수들의 열의가 대단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측정결과는 놀라웠다. 일부 부상선수들을 제외하곤 모두 목표치를 달성했다. 체중 100kg, 체지방률이 30%였던 서재응은 목표치 98kg을 훨씬 밑도는 93kg에 체지방률 20%로 동료들의 박수를 받았다. 가장 큰 관심대상이었던 나지완은 완전히 달라진 날렵한 몸매로 등장해 거뜬하게 기준치를 통과했다. 체중은 목표에 다다르지 못했지만 체지방률을 무려 10%나 낮춰 합격한 김진우는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대부분의 선수들과 달리 체중증가가 목표였던 김선빈, 이용규, 윤석민 등은 훨씬 더 느긋한 태도로 측정을 받았고, 모두 몸무게가 조금씩 늘어난 것으로 확인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선 감독은 “체지방률이 10%나 줄었다는 것은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했다는 증거다. 당장 기술훈련을 시작해도 될 만큼 몸상태가 좋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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