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민구단 꼼수…이래도 됩니까?

입력 2012-0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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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키워드로 본 승강제 발목잡기

1 꼼수! 첫해 상무+1팀 강등…시간끌기 잔꾀
2 공멸! “가입금 돌려받고 독립리그 창설”도발
3 상처! 표결로 승강제 통과땐 서로에게 앙금만


2013년 도입 예정인 프로축구 승강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K리그 구단 사·단장으로 구성된 구단대표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2일 광양에서 회의를 갖고 승강제를 실시하되 상주상무를 포함한 2개 팀을 먼저 강등시키고, 2부 리그가 안정된 뒤 차후에 2개 팀을 순차적으로 강등시키는 방안을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건의했다. 연맹은 당초 K리그 16개 구단 가운데 4팀을 강등시켜 2부 리그를 새롭게 창설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도시민구단의 반대에 부딪혀 확정하지 못했다. 승강제 모델은 16일 열리는 2012년 제1차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협의회 때문에 승강제 도입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다.


● 꼼수

협의회는 승강제처럼 중요 사안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한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최근 2차례 회의를 가졌다. 10일 연맹 이사 자격을 가진 5개 구단 사·단장이 모였고, 이틀 후 전체가 모이는 협의회를 광양에서 개최했다. 도시민구단들은 2차례 회의에서 연맹이 마련한 안으로 승강제가 실시될 경우 2부 리그로 탈락하면 구단을 해체할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협의회는 결국 2013년에는 상주 상무 포함 2개 팀만 2부 리그로 강등시킨 뒤 2부 리그가 제대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차후에 두 구단을 더 강등시키는 게 좋다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 안은 꼼수에 불과하다. 강등 가능성이 큰 도시민구단들이 강등되는 팀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잔꾀를 부린 것이다. 상주를 제외한 1개 팀만 강등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추후 2개 팀 추가 강등의 전제조건인 ‘2부 리그가 안정된 뒤’라는 부분은 애매하다. 2부 리그가 안정되기까지 1년이 걸릴지 아니면 몇 년이 걸릴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2부 리그로 강등되는 팀 수를 줄이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그들의 꼼수는 지난 1년간 공들여 준비한 연맹의 승강제 모델 자체를 흔들어놓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 공멸

도시민구단들 가운데 일부는 2차례 회의에서 연맹 관계자와 연맹의 승강제 안에 찬성하는 일부 단장들에게 “실력행사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압박했다. 연맹이 준비한 안으로 승강제가 확정되면 도시민구단들은 이미 납입한 K리그 가입금과 일부 발전기금을 연맹으로부터 돌려받고, 독립된 프로리그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될 경우 K리그 공멸은 불을 보듯 뻔하다. 2차례 회의에 모두 참석한 한 도시민구단 사장도 이러한 이야기가 회의에서 거론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실행 여부를 떠나 리그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협의회에서 ‘리그 해체’나 다름없는 K리그 탈퇴와 독립리그 창설을 압박용 카드로 들고 나왔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자신이 소속된 팀이 강등될 것을 우려해 K리그 전체를 흔들려는 의도된 발언을 한 사람이 구단 단장이나 사장이 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 상처

협의회가 순차적인 승강제 실시를 제안했지만 연맹이 16일 이사회에서 어떤 승강제 모델을 제시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프로축구연맹 안기헌 사무총장은 “순차적인 승강제 도입이 결정된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아직은 아니다. 협의회의 의견을 수렴은 하겠지만 1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승강제 모델을 이사회에 제시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남은 시간 동안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표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표결까지 가면 안 된다. 하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연맹 규정에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이 명시돼 있긴 하다”고 말했다. 연맹 정관 제5장 제28조 1항에 ‘이사회는 재적 이사 과반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 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며, 가부 동수인 경우에는 부결된 것으로 한다’고 돼 있다. 현재 이사회 멤버는 총재 포함 11명이다. 연맹이 준비한 승강제 모델인 ‘12(1부 잔류)+4(2부 강등)’로 밀어붙이고, 표결로 결정한다면 통과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K리그의 혁신을 꾀하는 중차대한 사안을 표결로 결정하면 남는 건 감정의 앙금이고, 마음의 상처뿐이다. 표결을 하기 전에 협의회를 설득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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