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의 이것이 야구다] 타자와 투수가 서로 좌우 바꾸며 대립한다면?

입력 2012-0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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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선 타석당 각각 한번씩만 체인지 허용
가끔 이런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다. 양손으로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오른손으로 던지고, 내일은 왼쪽으로 던진다면 더 많은 경기에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양손잡이 투수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은 있었으나 이후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2010년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에 팻 벤티드라는 양손잡이 투수가 스프링 캠프에 등장했다. 스위치히터라고 부르는 양손잡이 타자가 즐비한 미국에서도 양손잡이 투수는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쪽의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것이 큰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양손으로 공을 던져 프로선수들을 상대하기는 불가능 하다고 볼 수 있다. 마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나 가능한 것이었는데 벤티드가 현실로 만들고 말았다.

2010년 메이저리그로 승격하기 전에 벤티드는 2007년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스위치 타자 랄프 엔리케스와 만나 대결을 펼쳤다. 서로가 양손을 쓰는 선수다 보니 투수가 오른손으로 던질 준비를 하면 타자도 왼쪽 타석으로 옮기고, 투수가 왼쪽으로 바꾸면 타자도 오른쪽으로 옮기기를 수차례 반복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화의 외국인 선수 로마이어가 구심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고의로 투수가 투구 준비를 할 때 왼쪽과 오른쪽 타석을 옮겨 다니다가 구심에 의해 퇴장을 당한 것이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양손 투수와 양손 타자가 만나서 서로에게 유리한 위치를 잡으려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

야구규칙 6.06은 다음의 경우 타자의 행위를 반칙으로 간주하고 아웃조치한다. ‘(b) 투수가 투구할 준비동작에 들어갔을 때 타자가 한쪽 타자석에서 다른쪽 타자석으로 옮겼을 경우.’ 투수가 투수판을 밟고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있을 때 타자가 한쪽 타자석에서 다른 쪽으로 옮겼을 경우도 이 항을 적용하여 타자는 아웃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상황이다. 양손 투수와 양손 타자가 만나서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위치를 계속 바꾼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미국심판협회는 2007년 벤티드-엔리케스 맞대결을 계기로 양손잡이 투수와 양손잡이 타자가 대결을 할 때 타석당 투수나 타자가 각각 한번만 바꿀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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