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 “프로1군과 겨루겠다… 3년만 지켜보라”

입력 2012-03-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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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70)은 선수단을 불러 모았다. 꽃샘추위 탓에 코치진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었지만 김 감독은 얇은 니트 차림으로 이날 오전 연습을 평가했다. 70대로 접어든 ‘야신(野神)’의 야구 열정은 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뜨거웠다.


○ 박현준, 착하지만 바보 같은 놈

김 감독은 국내 프로야구에 대한 질문에 “관심 없다”고 했다. 이번 시즌 한국으로 돌아온 해외파에 대해서도 “실제 연습하는 걸 못 봤으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다만, 경기 조작에 연루된 제자 박현준(전 LG)에 대해선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2009년 SK 감독 시절에 박현준을 영입했다.

―제자의 몰락을 보는 스승의 기분은 어떤가.

“슬펐다. 현준이는 착했는데….”(“실망했느냐”고 묻자 고개 끄덕)

―친한 동료인 김성현(전 LG)의 부친 약값 때문에 그랬다는데….

“(허탈하게 웃으며) 그렇다고 선수가 그러면 되나. 바보 같은 행동이다.”


○ 고양은 이제 걸음마 단계

―일본 전지훈련은 어땠나.

“선수 개개인의 잠재된 기량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프로와 경쟁할 수준은 아니다. 프로 2군이 아닌 1군과의 경쟁을 목표로 하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8일 국내 첫 연습경기에서 LG 2군을 5-4로 이겼는데….

“대등한 경기를 한 건 큰 성과다. 하지만 아직 어느 포지션도 제대로 된 게 없다.(웃음) 지금은 어린아이가 기어 다니다 걷는 수준이다. 뛰게 만드는 게 내 몫이다.”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돌아온 정영일과 남윤희는 어떤가.

“기대에 못 미친다. 실패하고 돌아온 선수로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다.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 프로 같은 독립야구단을 꿈꾸다

야신의 훈련은 혹독한 걸로 유명하다. 고양도 예외는 아니다. 연습은 오후 9시까지 이어진다.

―못 견디고 나간 선수는….

“몇 명 있다. 그런 마음으로 야구를 한다는 게 난센스다. 한두 번 했다가 포기하고… 그게 야구를 우습게 본다는 말이다. 기량이 안 돼 내가 그만두게 한 선수도 있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이 13일 경기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고양=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넥센 김병현도 한때 미국의 독립야구단에 있었다. 제2, 제3의 고양이 필요하지 않나.

“독립야구단이 더 생길지는 기존 프로 팀들이 얼마나 우리를 인정하고 협조해 주느냐에 달렸다.”


○ 야신의 승부사 기질은 살아 있다

프로야구 2군은 1군으로의 선수 공급이 목적이다. 독립야구단인 고양 역시 프로 무대로 진출할 유망주를 기르는 역할을 한다.

―고양 선수단에 무엇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나.

“나는 이기는 법을 가르친다. 이겨야 선수들이 관심을 받고 성장해 프로로 갈 수 있다. 3년 안에 성과가 나올 것 같다.”

프로 팀 입장에선 독립구단에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망신이다. 고양은 실패한 선수들이 모인 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야신은 여전히 승리에 목이 말랐다. “약자가 강자에게 이길 수 있는 게 야구다. 승부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고양=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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