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왜…에이스는 고독할까?

입력 2012-05-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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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가 등판하면 타자들은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면서도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린다. 류현진이 등판할 때 마다 한화 타선은 답답하다. 올해도 고독한 에이스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한화 류현진 사례로 본 에이스의 비운

타자들 “꼭 이겨야한다” 부담감 독으로
득점 지원 적어 완봉 욕심 내다 흔들려
대범하게 털어내야 다음경기 지장 없어


에이스들이 고독하다. 한화 류현진(25)이 가장 대표적 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이 “불쌍해 죽겠다”고 안쓰러워하고, KIA 선동열 감독은 “성적대로라면 4승은 했어야 한다”고 평가한다. 류현진은 8일 대전 KIA전에서 7이닝 11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전에는 8이닝 무실점, 9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도 승수 없이 물러났다.


○비운에 무너지는 에이스의 비애

류현진은 6회까지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완벽했다. 하지만 6회 공격에서 1점을 선취한 타선이 이어진 만루 기회에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곧바로 7회 수비 때 안타 3개(2루타 2개)로 2실점해 역전을 허용했다. 경기를 중계한 양상문 해설위원은 “1-0 상황에서 자신이 완봉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을 것이다. 이전까지 직구 위주로 승부하다 변화구를 많이 던지기 시작했다”며 “안치홍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은 체인지업이 가장 아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안한 리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더 오래 버텨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순간적인 흔들림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타선 지원은 왜 에이스에게 부족할까

비단 류현진만 불운한 건 아니다. KIA 윤석민도 아직 1승밖에 없다. 역대 최고의 투수였던 선동열 감독조차 0-1로 패전투수가 된 경기가 수두룩했다. 그렇다면 왜 타자들은 에이스가 등판한 경기에서 유독 부진한 것일까. 선 감독은 “나도 현역 때 하도 답답해서 타자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이런 답을 들었다. “일단 타자들이 1∼2점만 내도 이긴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서 초구부터 건드리고 쉽게 경기하게 된다더라. 하지만 그러다 잘 안 풀리면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상황이 반대로 풀리는 것 같다.” 실제로 한화 김태균은 “류현진이 나오면 타자들이 꼭 이겨야 한다는 각오를 다진다. 나도 그동안 현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다음 경기 영향 받지 않는 게 중요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대범한 마음으로 이겨내는 게 최선이다. 류현진의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양상문 해설위원은 “문제는 지난 경기보다 앞으로의 경기다. 의기소침해지거나 자꾸 위축되거나 결과에 신경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선동열 감독도 “남을 탓할 수도 없다. 타자들을 불신할 게 아니라 ‘내가 운이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생각해야 다음 등판에 데미지가 없다”며 “류현진은 금세 훌훌 털어버리는 성격이라고 들었다. 윤석민도 올해 그런 부분에서 훨씬 좋아졌다”고 격려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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