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terview]김자영 “아버지와 삼촌팬은 내 인생의 특급보물”

입력 2012-06-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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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투어 2주 연속 정상에 오르며 상금 랭킹 1위에 오른 ‘얼짱 골퍼’ 김자영이 KLPGA 홍보모델 활동도 시작했다. 사진제공|KLPGA

한의사 아버지가 항상 몸 상태 체크
선수생활 부상 한 번 없어

데뷔 3년 만에 일군 첫 우승
삼촌팬들, 자기 일처럼 축하해줘

롤모델은 왜소한 체격 긴 비거리 최나연
올해 목표는 상금왕·다승왕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고의 블루칩은 김자영(21·넵스)이다. KLPGA투어 2주 연속 정상에 오른 가운데 5월31일에는 프로야구 두산-KIA전 시구자로 초청될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김자영은 2주 연속 우승의 비결을 이렇게 표현했다. “프로골퍼라면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한거니까. 다만 조금이라도 더 꾸준히 노력하려고 애썼다.” 청담동의 한 갤러리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그녀의 별명인 ‘자몽’처럼 상큼했다.


○반짝 스타는 되지 않겠다

KLPGA투어는 우승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됐다. 이는 반대로 누구나 우승을 꿈꿀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음 주에는 내가 우승자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필드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데뷔 후 3년간 우승이 없었던 김자영도 그랬다. 늘 우승을 꿈꿨고, 5월20일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뒀다. 김자영이 특별한 이유는 그 이후의 행보다. 일주일 뒤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일반 스트로크 대회와 매치플레이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특히 매치플레이는 자신과의 싸움일 뿐만 아니라, 눈앞의 상대까지 이겨야하는 부담감이 있다. 김자영은 보란 듯이 그 싸움의 최종 승자가 됐다. KLPGA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이 나온 건 2009년 서희경이 하이트컵챔피언십과 KB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에서 2주 연속 우승한 이후 2년 7개월만이다.

김자영은 “항상 마음속으로 반짝 우승 이후 사라지는 선수, 그대로 내리막길을 타는 선수는 되지 말자고 다짐해왔다. 첫 우승도 기쁘지만, 2주 연속 우승은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것 같아 더욱 특별하다”고 했다.


○수영을 통해 배운 긍정의 힘

김자영은 7살 때 수영으로 운동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수영을 했다. 서울시 대표로 나간 작은 규모의 대회에서 금메달도 받아봤다. 골프선수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운동선수로서 가능성을 발견한 아버지의 권유였다.

“아버지가 워낙 골프를 좋아하셨다. 당시에도 항상 70대 초반을 치셨다. 수영을 시켜놓고 보니 운동신경과 승부욕이 있다고 판단해서 골프를 권하셨다.”

김자영은 골프에서도 곧 재능을 나타냈다. 수영을 통해 다져진 참을성이 원동력이 됐다. “수영은 물에서 하는 운동이라 정말 힘들다. 수영을 하면서 힘든 훈련 과정을 어떻게 참고 이겨내야 하는지 배웠다.”

수영은 김자영에게 끊임없이 상대와 경쟁하면서 어떻게 그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생각과 에너지로 바꾸는지를 터득하게 했다. 멘탈이 90%인 골프에서도 이는 보이지 않는 큰 힘으로 작용했다.


○아버지는 내 주치의이자 트레이너

김자영은 골프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아프거나 부상을 당해 쉬어본 적이 없다. 운동선수 맞나 싶을 정도로 가냘픈 몸매를 지녔지만 흔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의사인 아버지 김남순(53) 씨 덕분이다.

“어릴 때부터 몸에 좋은 약을 지어주셨다. 또 아프기 전에 몸 상태를 미리 체크하고, 부상을 입지 않도록 예방해 주신다. 이런 아버지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삼촌팬은 나의 힘!

김자영은 프로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팬클럽을 가진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명이다. 대부분이 삼촌팬이다. 그만큼 충성도도 높다. 김자영이 출전하는 대회는 전국 어디든 따라다닌다. 김자영이 첫 우승을 하던 순간에도 축하 맥주를 뿌려준 것은 동료 선수들이 아니라 바로 팬클럽 멤버였다. 김자영은 “내 우승을 본인의 일처럼 생각해주시는 팬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너무 감사드린다. 그토록 가까이서 소통하고 응원해주는 팬들 덕분에 우승이 두 배로 기뻤다”고 했다.


○골프는 지금의 내 전부

김자영은 현재 KLPGA투어 상금랭킹 1위(2억847만원)다. 누적 상금이 2억원을 넘었다. 스물 한살에 한 해 2억을 버는 프로골퍼가 됐다는 것을 김자영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금 다른 일을 했거나 대학생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누리지 못하고 포기한 것들도 많다. 어쨌든 이처럼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한다.”

김자영이 골프를 하는 목적은 상금이 아니다. 그는 “나는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보다 더 질이 높은 안정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을 보였다.

롤 모델은 최나연(25·SK텔레콤)이다. 김자영은 “언니도 왜소한 체격이지만 비거리도 많이 나가고, 뛰어난 플레이를 펼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꿈을 키웠다”고 했다.

KLPGA투어의 신데렐라 김자영의 올해 목표는 상금왕과 다승왕이다. 김자영은 우승을 할 만큼 좋은 샷 감각을 항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이처럼 좋은 리듬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최대한 승수를 많이 쌓아서 올해를 나의 해로 만들고 싶다.”


■ 그녀와의 10문 10답


1. 이상형은? 편안하고, 따뜻하고, 잘 챙겨주고. 센스가 있는 사람. 연예인으로 꼽자면 드라마 더 킹 투하츠에서 은시경 역할로 출연한 조정석 씨가 매력적이다. 물론 극중 역할에 한해서다. 하지만 연애는커녕 쉬거나 연습할 시간도 부족하다.


2. 취미는? 딱히 없다. 시간도 없고.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챙겨볼 형편도 못된다. 관심 있는 건 피아노다. 꼭 배워보고 싶다.


3. 별명은? 최근 친구들이 ‘자몽’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상큼하다’는 뜻이겠지?(웃음).


4. 요즘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태연의 ‘미치게 보고 싶은’.


5. 좋아하는 음식과 나만의 보양식은? 초밥, 스파게티를 좋아한다. 보양식은 엄마가 해주는 밥.


6. 주량은 얼마나 되나? 즐기지도 않지만 못 마시지는 않는다. 주량은 글쎄?


7. 평소 스타일? 깔끔한 스타일의 캐주얼을 즐긴다. 러블리한 옷이나 치마는 잘 안 입는 편이다. 옷에 관심이 많지만 쇼핑할 시간도 없다.


8. 요즘 친구들과 하는 얘기는? 골프 얘기도 많이 하고, 또래 친구들의 남자 얘기도 한다. 서로의 관심사들이 주제다.


9. 가장 외로운 순간은? 삼촌 팬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 그런데 아무래도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는 함께 할 사람이 없다는 것에서 외로움과 부러움을 느낀다.


10. 지금 열흘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그동안 고생해 준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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