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호 “내 롤모델? 개그계 1인자 유느님”

입력 2012-07-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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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격수 한지호는 최근 4경기에서 3골 2도움을 올리며 물오른 감각을 뽐내고 있다. 17경기 무득점에 그치는 등 슬럼프에 빠졌을 때 매일 슈팅 연습을 하며 구슬땀을 흘린 덕분이다. 사진제공|부산 아이파크

오랜 무명·노력파 닮은꼴 “내 별명은 한느님 ㅋㅋ”
첫골 쏜 날 팀은 2-5패 멘붕…사흘후 2호골로 부활
오늘 서울 원정전…무회전 슛으로 스타탄생 부푼 꿈


부산 아이파크 공격수 한지호(24)는 연예인 유재석을 동경한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를 ‘롤 모델’로 삼는 다른 선수들과 차별된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지호가 바라보는 유재석의 강점은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함이다.

“유재석 씨가 처음부터 1인자는 아니었잖아요. 무명도 나름 길었고요. 그런데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면서 지금의 1인자 위치에 섰죠. 정상의 위치에서 쉴 틈 없이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본받을 만 하잖아요.”

한지호의 생각은 낯선 것이 아니다. 트위터를 통해 이전부터 롤 모델로 유재석을 삼았다. 그 때부터 얻은 별명이 ‘한느님’이다. 그러나 그는 이 별명이 쑥스럽다. 자신은 아직 ‘님’이라 불릴 만큼 높은 위치에 서지 않았다.

한지호는 15일 K리그 21라운드 전남전에서 후반 38분 천금같은 헤딩 결승골을 터뜨렸다. 최근 4경기에서 3골 2도움. 물오른 감각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마수걸이 골을 넣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 17경기에서 깊은 침묵에 빠졌다. 주전 공격수에겐 치욕적인 기록. 이를 악물었다. 매일 슈팅 연습에 매진했다. 안익수 감독도 묵묵히 그를 응원했다. 안 감독은 “(한)지호는 우리 팀에서 슈팅연습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다. 과정이 훌륭한 만큼 한 번 터지면 봇물 터지듯 할 것이다”고 신뢰를 보냈다.

한지호는 “안익수 감독님께 너무나 미안하고 감사드리죠. 17경기 무득점인 공격수를 믿고 선발로 꾸준히 보내주셨잖아요”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안 감독을 위해 특별한 세리머니를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낯이 간지러워 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감독을 향한 그의 진심은 충분히 느껴졌다.


○연이은 득점, 마음의 짐 덜다

한지호는 어느 때보다 이번 시즌을 기다려왔다. 시즌을 앞두고 동계전훈을 착실히 소화했다. 몸이 빠르게 올라왔다. 2012시즌 15골 이상을 자신했다. 작년 목표였던 7개의 공격 포인트에서 하나(4골 4도움)를 더 해냈다는 자신감도 컸다. 목표가 높을수록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했다.

“겨울에는 몸이 정말 좋았어요. 슈팅을 때리면 백발백중이었고, 수비수들도 쉽게 따돌렸거든요.”

하지만 지나친 자만이었을까. 지독히도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정력도 아쉬웠다. 4월 11일 서울전에서 골키퍼와 1대 1로 맞서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슈팅을 날리지 못한 채 공을 뺏겼다. 자신을 한탄하며 밤새도록 슈팅 연습을 했다. 12라운드 대구전에서는 첫 득점을 신고하는 듯 했다. 그러나 득점이 자책골로 정정되면서 다시 무득점이 됐다. 침묵은 길어졌다.

“동료들이 언제 15골을 넣을 거냐고 장난으로 얘기하곤 했어요. 물론 제 긴장감을 덜어주려고 했던 거지요. 하지만 그 때마다 제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갔죠.”

고대하던 첫 골은 6월27일 제주 원정에서 터졌다. 18라운드 만에 시즌 마수걸이 골.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부활을 선언했다.

한지호의 골은 큰 화제가 됐다. 30m 넘는 먼 거리에서 골망 구석을 흔든 무회전 슈팅이 었다. 한지호 이름 석자를 검색하면 무회전이 함께 뜰 정도다. 이 날 만큼은 확실한 결정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기뻐할 틈도 없었다.

“팀이 2-5로 패했잖아요. 5골을 내줬으니 대패죠. 기뻐할 틈도 없었어요. 시쳇말로 ‘멘붕(멘탈 붕괴)’이 와서 부담을 털어내고 할 것도 없었어요.”

그러나 한지호는 정확히 3일 만에 시즌 2호 골을 터뜨렸다. 대전과의 홈경기에서 쐐기골을 넣었다. 올림픽팀에 합류한 박종우가 그의 축구화를 닦아주는 세리머니로 2경기 연속 골을 축하했다. 이 날은 공교롭게도 부산 구단이 지정한 ‘한지호 데이’였다.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아 힘을 낼 수 있었다.

“팀이 이겨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어요. 골도 넣고 기쁨을 마음껏 누렸고요. 주위로부터 축하도 많이 받았죠. 구단에서 ‘한지호 데이’를 지정해 주셨는데, 큰 힘이 됐어요. 비가 와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는 지난 달 말 박종우가 내건 내기에 흔쾌히 응했다. 박종우가 올림픽 팀 경기를 마치고 귀국할 때 선물을 사오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단 조건이 있었다. 자신이 팀을 비우고 있는 동안 5골을 넣으라는 것이다.

“(박)종우가 제가 골을 너무 못 넣으니까 내기를 건 것 같아요. 올림픽 팀 합류하면서 선물 얘기는 계속 했었거든요. 대전전 골을 포함해서 5골을 넣으라고. 지금 2골을 넣었는데…. 제가 종우 생일 때 고가의 선물을 해줬는데, 못 넣어도 반드시 사올 거라 믿어요(웃음).”

올 시즌 목표를 물었다.

“지금 경고 2장을 가지고 있어요. 1장 더 받으면 경고누적으로 1경기를 쉬어야 하잖아요. 제 목표는 전 경기 출전이에요. 지금까지 21경기(전 경기) 출전했고요. 공격 포인트는 정하지 않기로 했고요.”


○서울전 악몽 떨친다

한지호는 21일 FC서울과의 원정 경기만을 생각하고 있다. 부산은 올 시즌 홈에서 열린 서울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작년 1무1패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한지호는 4월11일 서울 전 악몽을 떨쳐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력에서 이탈한 올림픽팀 3인방(김창수, 박종우, 이범영) 외에도 수비수 에델과 공격수 임상협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다. 중앙 수비수 박용호 마저 이적 당시 서울과 계약 문제로 출전할 수 없다.

“주전 선수들이 많이 빠지다 보니 걱정이 앞서죠. 하지만 우리도 가만있을 수는 없잖아요. 서울전 비책이 있어요. 대체 선수들도 눈도장 받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뛸 거고요. 강한 팀을 상대로 이기는 상상을 많이 합니다. 반드시 승리하고 싶어요.”

한지호는 서울의 중앙 수비수 김진규(27) 얘기를 꺼냈다. 둘은 안동고 선후배 사이다. ‘하늘같은 대 선배’라고 존경의 뜻을 거듭 밝혔다. 고교 시절 김진규를 우러러 봤다. 지금도 고교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따듯한 선배다. 그러나 둘은 그라운드 안에서 치열한 대결을 펼쳐야한다.

“(김)진규형이 터프하셔서 앞에서 안 뛰려고 하는데, 경기장 들어서면 달라지겠죠. 15일 인천전에서 선배가 성공시킨 프리킥 골을 봤어요. 정말 멋있었죠. 하지만 서울전에서는 제가 무회전 슛으로 득점할 겁니다. (김)진규형이 보는 앞에서 말이죠.”


한지호?

▲생년월일 : 1988년 12월15일 (서울)
▲신체조건 : 179cm/ 73kg
▲학력사항 : 경신중-안동고-홍익대
▲프로경력 : 부산(2010∼)
▲수상경력 : 2008전국추계대학연맹전 득점상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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