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 올리고 백기 내려.', '백기 올리고 청기 내려.'
야유회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올림픽에서 나왔다. 29일 열린 유도 남자 66kg급 8강전은 올림픽의 권위를 손상시킨 희대의 촌극이었다.
한국의 조준호(24·한국마사회)와 일본 에비누마 마사시(22)는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에비누마가 유효 판정을 받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득점으로 인정되지 못했다. 결국 승부는 심판 판정으로 가려지게 됐고 주심과 부심 2명은 동시에 조준호 도복의 색깔인 청색 깃발을 들었다. 황당한 상황은 이때부터였다. 일본 측의 항의가 있자 본부석에 있던 스페인 출신 카를로스 바르코스 국제유도연맹(IJF) 심판위원장이 심판들을 불러 모았다. 잠시 뒤 다시 매트 위에 모인 심판들은 나란히 흰색 깃발을 들어 올렸다.
IJF 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내에서 3심에 의해 결정된 것은 최종적이며 어떠한 이의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번 판정 번복은 절차가 완전히 무시됐다는 것이 대한유도회의 공식 의견이다. 유도회 조용철 전무는 "40년 넘게 유도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심판위원장 마음대로 판정을 뒤집을 수 있다면 3명의 심판들이 매트 위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도회 강동영 사무국장은 "심판위원회는 주심이 최종 판정을 내리기 전에 이의 신청이 들어온 만큼 판정 번복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말이 안 된다. 명백히 심판 고유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JF 대변인은 "심판진의 판결을 뒤집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이길 자격이 있는 선수가 승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판정 번복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난적' 조준호를 판정 끝에 이겼지만 에비누마는 끝까지 웃지 않았다. 환하게 웃는 코칭스태프를 뒤로 한 채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 선수가 이긴 게 맞으며 판정이 번복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외신들의 비난도 잇달았다. CNN은 "매트 밖 진행요원이 '매트 안 재판관' 심판들의 판결을 뒤집고 유도 종주국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당사자인 일본 언론도 다르지 않았다. "전대미문의 판정 번복"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교도통신은 "심판 3명이 잠깐 논의하더니 처음 판정을 번복했다. 바보 삼총사 영화를 패러디한 것 같았다"고까지 꼬집었다. 닛칸스포츠는 "경기장 분위기에 편승한 심판단이 협의해 이례적으로 두 번 판정이 내려졌다"며 "양측 모두에 꺼림칙한 판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은 "에비누마가 동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기쁨의 말은 없었다. 무리도 아니다"고 촌평했다.
졸지에 '바보 삼총사'로 몰린 해당 경기 심판들도 화가 났다. 브라질 국적의 부심은 "더는 심판위원장의 로봇 역할을 하기 싫다"며 일정을 중단한 채 돌아갈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유도회 관계자는 "일부 심판들 사이에서 대회 보이콧 얘기가 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유도회는 일단 추가적인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복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보복'이 두려워서다. 일정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심판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의미다.
이승건기자 why@donga.com
야유회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올림픽에서 나왔다. 29일 열린 유도 남자 66kg급 8강전은 올림픽의 권위를 손상시킨 희대의 촌극이었다.
한국의 조준호(24·한국마사회)와 일본 에비누마 마사시(22)는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에비누마가 유효 판정을 받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득점으로 인정되지 못했다. 결국 승부는 심판 판정으로 가려지게 됐고 주심과 부심 2명은 동시에 조준호 도복의 색깔인 청색 깃발을 들었다. 황당한 상황은 이때부터였다. 일본 측의 항의가 있자 본부석에 있던 스페인 출신 카를로스 바르코스 국제유도연맹(IJF) 심판위원장이 심판들을 불러 모았다. 잠시 뒤 다시 매트 위에 모인 심판들은 나란히 흰색 깃발을 들어 올렸다.
IJF 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내에서 3심에 의해 결정된 것은 최종적이며 어떠한 이의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번 판정 번복은 절차가 완전히 무시됐다는 것이 대한유도회의 공식 의견이다. 유도회 조용철 전무는 "40년 넘게 유도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심판위원장 마음대로 판정을 뒤집을 수 있다면 3명의 심판들이 매트 위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도회 강동영 사무국장은 "심판위원회는 주심이 최종 판정을 내리기 전에 이의 신청이 들어온 만큼 판정 번복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말이 안 된다. 명백히 심판 고유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JF 대변인은 "심판진의 판결을 뒤집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이길 자격이 있는 선수가 승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판정 번복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난적' 조준호를 판정 끝에 이겼지만 에비누마는 끝까지 웃지 않았다. 환하게 웃는 코칭스태프를 뒤로 한 채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 선수가 이긴 게 맞으며 판정이 번복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외신들의 비난도 잇달았다. CNN은 "매트 밖 진행요원이 '매트 안 재판관' 심판들의 판결을 뒤집고 유도 종주국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당사자인 일본 언론도 다르지 않았다. "전대미문의 판정 번복"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교도통신은 "심판 3명이 잠깐 논의하더니 처음 판정을 번복했다. 바보 삼총사 영화를 패러디한 것 같았다"고까지 꼬집었다. 닛칸스포츠는 "경기장 분위기에 편승한 심판단이 협의해 이례적으로 두 번 판정이 내려졌다"며 "양측 모두에 꺼림칙한 판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은 "에비누마가 동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기쁨의 말은 없었다. 무리도 아니다"고 촌평했다.
졸지에 '바보 삼총사'로 몰린 해당 경기 심판들도 화가 났다. 브라질 국적의 부심은 "더는 심판위원장의 로봇 역할을 하기 싫다"며 일정을 중단한 채 돌아갈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유도회 관계자는 "일부 심판들 사이에서 대회 보이콧 얘기가 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유도회는 일단 추가적인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복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보복'이 두려워서다. 일정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심판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의미다.
이승건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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