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론 첫 메달
지난달 29일 여자 플뢰레 개인전이 끝나고 많이 울었다. 금메달을 생각하고 왔는데 4등을 했다. 분하고 억울했다. 남아 있는 단체전에 같이 나갈 동료들이 불안해할까 봐 혼자 장비를 챙기는 척하면서 소리 죽여 울었다.
한국 여자 펜싱의 간판 남현희(성남시청·사진). 런던에 올 때부터 몸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던 그는 플뢰레 단체전이 열린 3일에도 몸이 무거웠다. 마음도 무거웠다. 개인전이 끝난 뒤 인터넷에 들어갔더니 “너는 수비밖에 못하냐”는 댓글이 보였다. 가슴이 먹먹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팀 경기다. 부진해도 메워줄 동료들이 있다. 힘을 내서 다시 피스트(펜싱 경기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메달을 땄다. 한국 펜싱 사상 올림픽 단체전에서 따낸 첫 메달이다.
남현희, 정길옥(강원도청), 전희숙(서울시청), 오하나(성남시청)가 팀을 이룬 펜싱 여자 플뢰레 대표팀이 3일 런던 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 3, 4위전에서 프랑스를 45-32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플뢰레 단체전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1960년 로마 대회 이후 아시아 국가가 따낸 첫 메달이다. 최명진 여자 플뢰레 국가대표 코치는 “단체전은 한 명만 잘해서는 이기기 힘들다. 고루 잘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아시아 국가로서는 개인전에 비해 메달 따기가 어렵다”고 했다. 여자 사브르와 에페 단체전에서는 중국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한 번 땄다.
이날 남현희는 3명의 상대 선수와 맞서 13점을 얻고 13점을 잃었다. 팀에서 가장 많은 실점이다. 하지만 15점을 따고 8점만 내준 정길옥과 11점을 얻고 6실점한 전희숙이 든든하게 버텼다. 남현희는 “2001년부터 대표팀으로 뛰었다. 이제 쉬고 싶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런던=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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