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럴까요? 올림픽 女선수 검색하면 노출사진 줄줄

입력 2012-08-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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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누리꾼 빗나간 관심

‘○○○ 노출’이란 연관검색어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된 한국 국가대표 여자선수의 사진(왼쪽)과 여자 유도 경기 중 몽골 선수의 가슴이 노출된 사진이 떠돌고 있다. 선수들이 땀 흘리며 전해준 올림픽의 감동을 짓밟는 이 같은 행동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웹사이트 화면 촬영

‘기보배 몸매’ ‘남현희 노출’ ‘손연재 섹시’.

6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여자 선수의 이름을 넣자 화면에 자동으로 나타난 연관 검색어다. 올림픽 종목으로 검색을 해봐도 어김없이 성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연관 검색어가 나타났다. 체조나 배구 등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체조 선수 노출’ ‘여자배구 노출’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따라왔다.

런던 올림픽이 열기를 더해 가는 가운데 일부 누리꾼이 여성 선수들의 ‘노출 사진’을 인터넷에 퍼뜨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성적인 내용이 노골적으로 표현된 글을 함께 올리는 경우도 있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인터넷에는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여성 선수들을 성적 눈요기 대상으로 삼는 ‘노출 사진’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대부분 격렬한 경기 도중 순간적으로 속살이나 속옷이 나온 장면을 뽑아낸 것이다.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는 체조나 비치발리볼 선수들 사진도 많다. 심지어 음란물에 선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퍼뜨리고, ‘○○○ 가슴만 보고 있는데 은×이다(야하다)’ ‘○○○ 노출은 쩍벌’ 등 성적인 표현으로 가득 찬 글도 숱하게 올라온다.

경기 장면 가운데 노출 장면 일부만 편집한 동영상도 있다. 2일 열린 미국과 스페인의 여자 수구 경기 도중 가슴이 노출된 동영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NBC방송 중계 내용 중 노출 장면만을 따로 편집한 짧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번 올림픽 여자 금메달리스트가 2010년 한 잡지에 어깨를 드러내고 찍었던 사진도 ‘노출 사진’이라는 이름을 달고 최근 뒤늦게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시민들은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개탄하는 반응이다. 직장인 김모 씨(28)는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의 행태는 먼 곳에서 땀 흘려 경쟁하며 국위 선양을 하는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유명 운동선수의 노출 사진이나 동영상을 상습적으로 유포하는 이들을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하지만 이런 사진이나 동영상이 음란물로 처벌할 만한 수위는 아닌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선수 본인이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면 처벌할 길이 열리지만, 대부분 유명인은 그냥 참고 넘어가 처벌 무풍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림픽 스타의 노출 사진이 떠도는 것은 익명성 뒤에 숨어 주위의 관심을 끌려는 사진 공급자와 이를 은밀히 찾는 수요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상대방의 피해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쾌감과 만족감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온라인에서 활동하면서 이런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진을 올리고 이를 일회용품 소비하듯 보는 것은 대상이 되는 선수의 감정과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무절제한 행동이 어떤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황성혜 인턴기자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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