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닷컴]
사상 첫 동양인 리듬체조 결선 진출을 노리는 ‘체조요정’ 손연재(18·세종고)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손연재는 9일 오후 8시(이하 한국시간)부터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 로테이션 1-2경기에서 종합 55.900점을 획득, 전체 4위에 오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로테이션 1에서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을 배경음악으로 한 후프 연기로 3위(28.075점)를 기록한 뒤 로테이션 2에서 ‘내 마음의 멜로디’에 맞춘 볼 연기로 4위(27.825점)에 오른 것.
손연재 연기의 핵심은 빼어난 균형감각에 바탕을 둔 피봇(한 자리에서 도는 것)이다. 손연재는 후프와 볼에서 아름다운 피봇으로 호성적을 얻었다. 손연재의 스승인 송희 SBS 리듬체조 해설위원은 동아닷컴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신수지(22·세종대)에게 백 일루젼(뒤로 회전하는 기술)이라는 주특기가 있었다면, (손)연재에겐 남다른 피봇이 있다”라고 평가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결선 진출은 물론 5위권 진입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손연재는 이 같은 스승의 말을 증명해보였다. 현재까지 치러진 2012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예선 두 종목 합산 점수에서 손연재보다 앞선 선수는 ‘넘사벽'으로 평가되는 러시아의 투톱 다리아 드미트리에바(57.800)와 '체조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2·러시아·57.625), 그리고 대회 전 다크호스로 평가됐던 리우부 차카시나(벨로루시·56.450) 뿐이다.

손연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신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던 알리야 알랴브베바(아제르바이잔·53.775)-율리아 트로피모바(우즈베키스탄·49.275)와는 완연한 기량 차이를 보였다. '그때와는 다르다'라는 것을 보여준 셈.
게다가 실비아 미테바(불가리아·55.500), 알리아 가라예바(아제르바이잔·55.800), 조안나 미트로즈(폴란드·54.675), 네타 리프킨(이스라엘·53.650) 등 리듬체조계에 이름을 떨쳐온 유명 선수들보다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들은 차카시나와 더불어 손연재와 5위권 진입을 두고 겨뤄야 할 경쟁상대들이다.
예선 로테이션 3-4가 아직 남아있는 데다, 결선에서는 다시 점수가 리셋되어 백지 상태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손연재는 후프 및 볼 연기에서 난도(Difficulty), 예술(Artistry), 실시(Execution) 점수를 모두 9점 이상 받으며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 중 한 명임을 증명했다. 손연재가 후프-볼-곤봉-리본 전 종목에서 28점 이상(30점 만점)을 받는다면 메달권 진입도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손연재는 예선 둘째 날인 10일 오후 8시부터 남은 곤봉과 리본 종목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동아일보DB, IB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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