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밥먹고 야구만 하는데 번트도 못대냐고?

입력 2012-09-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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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통산 300호 홈런을 달성했지만, 번트에도 능한 송지만(넥센)은 “홈런만큼 어려운 것이 번트”라고 말한다. 시속 150km의 공을 상대하는 현대야구에서 번트의 어려움은 더 크다.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심리적 압박 역시 만만치 않다. 사진은 정근우(SK)가 번트를 성공시키는 모습. 스포츠동아DB

류중일 감독이 말하는 번트의 기술과 심리학

150km 강속구 정확히 굴리기 힘들어
타격 기술과 달라 훈련해도 안 늘수도
고도의 집중력 요구…작전때 부담 ↑


삼성은 올 시즌 1위를 질주 중이다. 기록을 보더라도 모든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그야말로 빈틈이 없는 야구를 구사한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류중일 감독은 최근 삼성의 희생번트 작전수행에 대해선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야구에서 갈수록 어려워지는 번트

류중일 감독은 11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번트가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일반팬 중에 “밥만 먹으면 방망이를 잡는 야구선수들이 번트도 못 대느냐”고 질책할 수 있지만 보는 것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류 감독은 “물론 번트를 쉽게 대는 선수도 있지만, 전혀 번트를 대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며 “우리 팀에선 김상수와 박한이 등이 희생번트를 잘 대지만, 채태인 등은 예상 외로 번트를 잘 못 댄다. 모르는 분들이 보실 때는 무사 1루나 2루서 채태인에게 왜 번트를 지시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실지 모르지만 연습을 해도 이상하게 번트기술이 늘지 않는 선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번트기술은 타격기술과는 또 다른 차원이라는 얘기다.

류 감독은 “예전에는 상대가 쉽게 번트를 대줬지만 요즘엔 안 그렇다”며 현대야구에선 갈수록 번트를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끝이 살아 움직이는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배트로 속도를 죽여야 하고, 힘 조절을 통해 원하는 곳에 정확히 공을 굴러가게 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최근에는 투수들이 다양한 변화구와 적극적인 승부로 타자를 위협한다는 것이었다. 류 감독은 또 “예전에는 1루에 주자가 있으면 1루 쪽으로, 2루에 주자가 있으면 3루 쪽으로 번트를 대는 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대가 심한 압박수비를 한다. 3루 쪽으로 번트를 대도 주자가 3루서 아웃되는 상황도 많다”고 설명했다.


○작전시 압박감부터 이겨내야 번트 성공

번트를 잘 대기 위해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고도의 집중력도 중요하다. 이 외에도 심리적인 면, 즉 멘탈도 중요한 요소다. 류중일 감독의 말을 듣던 이병훈 해설위원은 “번트 못 대는 선수한테 희생번트 작전이 떨어지면 그 선수는 타석에서 ‘차라리 공이 내 몸을 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부담이 많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류 감독은 “8회나 9회 승부처에서 번트를 잘 대지 못하는 선수를 불러들이고 번트 잘 대는 선수를 대타로 내보내는데, 대타로 나가는 선수에게 물어봐라. 차라리 자신의 타석에 번트 사인이 나오면 모르지만 그 상황에서 대타로 나가는 타자의 심정은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가장 소극적인 작전인 듯하면서도 가장 적극적인 작전으로 평가받는 번트.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는 특수한 기술인 데다, 심리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스킬이다.

대전|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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