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스타디움에 깔린 수백명 경찰…교민들은 오히려 편하게 응원

입력 2012-09-1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시내를 돌아다녀보면 정말 경찰이 많다. 오죽하면 ‘나무보다 경찰이 많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해 21년째 한 대통령이 장기집권 중이다. 경찰은 독재정치의 통치수단 중 하나다.

한국-우즈베키스탄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열린 11일(한국시간) 타슈켄트 파크타코르 센트럴 스타디움에도 수백 명의 경찰이 진을 쳤다. 이 중 일부는 특별히 할 일이 없어보였다. 관중석 이곳 저곳을 청소하는 경찰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한국 교민들은 이날만큼은 경찰 덕을 톡톡히 봤다.

이날 500여명의 교민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타슈켄트에 한국교민이 3000여명이니 6분의1 정도가 온 셈이다. 대한축구협회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250장의 입장권을 우즈베키스탄축구협회로부터 직접 구입해 교민들에게 전달했다.

교민들은 7년 전 이곳에서 화를 당했던 것을 똑똑하게 기억했다.

당시 2006독일월드컵 최종예선에서 0-1로 뒤지던 한국은 종료직전 박주영의 극적인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허탈해진 우즈베키스탄 관중들은 한국 교민들에게 오물을 던지는 등 화풀이를 해댔다.

이날도 우즈베키스탄 관중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3만4000석 스탠드를 가득 메웠다. 경기 직전 우즈베키스탄 국가가 나올 때는 본부석 맞은편 다섯 블록을 완전히 가리는 대형 국기가 넘실댔다. 특히 전반 초반과 중반 우즈베키스탄이 선제골을 넣는 등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자 우즈베키스탄 관중들의 흥분은 극에 달했다. 경기상황에 따라 7년 전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교민들은 초반부터 조심했다. 한국 교민회에서 대형버스를 11대 마련해 다같이 입장, 퇴장했다. 교민들은 본부석 오른편 골대 뒤편에 모여 앉았다. 이곳을 수십 명의 경찰들이 철통같이 지켜 우즈베키스탄 관중들의 출입을 아예 금지시켰다. 이 덕분에 교민들은 90분 동안 마음 편하게 태극전사를 응원할 수 있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