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에서 대형 신인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어느 해 보다 가뭄이다.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포항 이명주(가운데).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1. 이동국·박주영 시절 비해 무게감·이름값 하락
2. 컵대회 사라져 기회 줄고,대어들은 J리그 진출
3. 승강제 영향…신인 보다 고참위주 라인업 장벽
4. 영건 출전 의무규정 정착·신인 자유선발에 기대
이동국(전북) 송종국(은퇴) 박주영(셀타비고) 염기훈(경찰청) 하태균(수원).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한 시즌을 대표한 최고 루키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어 신인이 사라졌다. 올해는 특히 심각하다. 이명주(포항) 문상윤(인천) 이한샘(광주) 심동운(전남) 등이 눈에 띌 뿐이다. 그나마 이명주가 스플릿시스템 상위리그인 그룹A(1∼8위)에 속해 있는데다 가장 많은 출격 기회를 부여받아 신인왕 등극에 한발 앞서 있을 뿐이다. 이들의 실력이 예전 신인왕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것보다는 무게감, 이름값이 2% 부족하다. K리그에 위기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될성부른 떡잎’의 품귀 현상을 짚어봤다.
○좋은 선수들은 다 어디로?
현장에서 만나는 축구인들은 한결같이 “어리고, 좋은 선수들의 씨가 말랐다”고 입을 모은다. 임팩트를 주는 영건들이 드물다. 작년은 신생팀 광주가 신인 선수 우선 지명을 활용해 대어급을 대거 데려갔고, 팀 안팎에서 선의의 경쟁이 펼쳐져 흥미를 돋웠다.
올 시즌 컵 대회가 사라졌다. 별 메리트가 주어지지 않아 무용론이 일었다. 유망주 육성이란 점에서 컵 대회만한 무대가 없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보니 컵 대회 때는 대개 어리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과 부상에서 회복된 선수, 새 용병들을 투입해 실력을 테스트하는 기회로 삼았다. 올해가 유독 조용한 것도 컵 대회의 폐지로 신인들이 두각을 드러낼 찬스가 적은 탓이라는 진단이다.
K리그 스플릿시스템의 영향도 컸다. 매 라운드 살얼음판 행보가 이어지면서 성적 부담이 극대화됐다. 섣불리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는 인상이 뚜렷해졌다. 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대구 감독)은 “팀 운영의 핵심 키워드가 ‘안정’이다. 각 팀들은 성적에 초점을 맞추고 선수단을 꾸려야 한다. 베테랑 위주로 라인업이 구축된다. 신인들이 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용병들도 검증된 선수들을 활용하는 판에 신인들을 당장 키우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드래프트도 한 가지 원인이다. 광주 최만희 감독은 “영건들이 대거 일본 무대로 떠났다. 예전에도 일본 진출은 많았지만 지금처럼 연령대가 낮은 적은 없었다. 학업을 갓 끝낸 젊은 선수들의 일본행이 활발해졌다”고 꼬집었다.
○해결책은?
축구계 모두가 ‘유망주 육성’이란 점에 절대 공감한다. 프로축구연맹은 한 가지 해결책으로 정기이사회를 통해 23세 이하 선수를 출전 엔트리(18명)에 반드시 포함시키는 의무 규정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취지도 좋다. 유소년 클럽 시스템의 활성화와 경기 출전 보장을 통한 인재 육성이다. 이는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2014년에는 2명이 꼭 등록돼야 하고, 이듬해는 등록 2명에 한 명은 그라운드에 나서야 한다.
또 내년부터 신인 선수 자유 선발이 점차 확대되기 때문에 영건들의 조기 수급도 가능해졌다. 역시 프로연맹 이사회가 올해 초 내린 결정이다. 당장 내년 1명, 이듬해 2명, 2015년 3명으로 서서히 늘리고, 2016년부터 신인 전원을 자유계약으로 선발한다.
그러나 이런 규정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실에 맞게 구단 나름의 방식이 운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강원 김학범 감독은 “2008베이징올림픽을 위해 중국이 자국 리그에 U-23 선수들의 의무 등록을 강제했다. 5명 엔트리 등록에 3명 출전이었다. 결과는 폐지였다. 명분 없이 무조건 어린 선수를 엔트리에 투입해 키운다는 건 맞지 않다. 대내외적인 명분과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구단 자율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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