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이상호가 4일 열린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전반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상암|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터프한 수원, 서울보다 반칙이 적었던 까닭
반칙왕 이미지에 부담…15개 반칙만
양상민 퇴장 수적열세 더 움츠러들어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수원삼성의 경기기록을 보면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파울이 서울은 19개, 수원은 15개다. 서울의 파울이 많은 것이 왜 의아한지는 이번 슈퍼매치를 앞두고 전개됐던 일련의 과정을 복기해보면 알 수 있다.
○‘반칙왕’ 이미지에 굳어 버린 수원
이번 슈퍼매치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반칙’이었다. 서울은 수원의 반칙이 많다는 점을 계속 부각시켰다. ‘반칙왕을 검거하라‘는 동영상에 이어 ’서울 PD(Police Department·반칙이 많은 수원을 검거한다는 의미)’가 새겨진 주장 완장도 만들었다. 수원은 이날 경기 전까지 파울(731개), 경고(97개) 모두 상위 3위. 거친 축구를 한 건 사실이다. 올 시즌 3차례 맞대결에서도 27-12(4월), 20-16(8월), 18-11(10월)로 반칙은 수원이 많았다. 서울은 “심판이 반칙만 제대로 불어주면 이길 수 있다”며 도발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경기 직전 “시작할 때는 11명 대 11명이지만 끝난 뒤 수원은 아닐 것이다”며 상대 퇴장까지 암시했다.

서울 최용수 감독(왼쪽)과 수원 윤성효 감독이 경기 후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시나리오는 현실이 됐다. 수원 스타일은 예전과 달랐다. 전반 파울 숫자는 서울이 9개, 수원이 11개. 수원은 전반 막판 수비수 양상민이 두 번째 경고로 퇴장당한 뒤 많이 움츠러들었다. 물론 수적 열세에서 수비에 집중하느라 그랬을 수 있지만 심리적인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수원 선수들이 왜 부담을 가졌을까. ‘반칙왕’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수원처럼 국가대표 레벨이 즐비한 팀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기술 없이 힘과 높이만으로 축구한다는 인식이 수원 선수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또 서울은 오심의 피해자 이미지가 강하다. 작년 10월3일 수원전에서 허용한 결승골은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 심판들은 이번 경기 전 언론 등을 통해 ‘수원=반칙왕’이라는 등식을 끊임없이 환기했을 것이다. 심판이 수원 편을 들 수는 없었겠지만 최소 수원의 반칙은 제대로 잡자라는 생각을 했을 공산이 크다.
최 감독은 0-1로 뒤지던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걱정 마라. 심판, 관계자 모두가 우리 편이다. 너희들은 경기만 해라”고 선의의 거짓말까지 했다. 이 발언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줬다. 서울은 후반에도 침착한 패스 플레이로 수원을 압박했다. 최 감독은 “플라시보 효과(약효가 전혀 없는 약을 진짜 약으로 가장해 환자에게 복용했을 때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입장에서 하나 아쉬운 건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점. 수적 우위에서 동점골이 조금만 빨리 터졌다면 역전도 가능했다. 그랬다면 최 감독의 선의의 거짓말은 더 빛을 발했을 것이다.
상암|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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