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의 FROM THE LINE] 한국축구와 일본축구, 누가 더 강한가요?

입력 2012-1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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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스포츠동아DB

이영표. 스포츠동아DB

나는 종종 ‘한국축구와 일본축구 중 누가 더 강한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 내가 똑같아 보이는 이 질문에 항상 같은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질문이 줄곧 같은 질문처럼 들리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전혀 다른 질문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게 이 질문을 했을 때 ‘A매치에서 한국과 일본이 만나면 어느 팀이 더 강하며 누가 이길 가능성이 높나’라는 의미로 들리기에 이 질문에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한민국’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이 질문은 말 그대로 ‘한국축구’ 와 ‘일본축구’ 그 자체를 의미한다. 양국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현재의 축구환경 중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시스템, 미래를 항한 비전과 열정, 시장의 규모와 가치, 선수들의 의식과 지도자의 마인드, 탁월한 행정 능력, 언론과 팬들의 수준, 그리고 그 나라의 축구문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독특한 그 무엇을 담고 있다.

‘한국축구와 일본축구 중 누가 더 강한가?’라는 질문이 후자의 의미로 내게 다가올 때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던 ‘대한민국’ 이라는 대답 대신 왠지 대화의 화제를 다른 쪽으로 옮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가끔씩 나도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한국축구와 일본축구 중 누가 더 강합니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느끼는 우리의 감정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만약 이 질문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든 상관없이 ‘대한민국’ 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는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절대 지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졌을 때에만 느끼는 최악의 감정을 느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자주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10여 년 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축구가 얻은 결과는 분명 한국축구가 일본축구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한국축구와 일본축구 중 누가 더 강한가?’라는 이 질문 앞에 ‘대한민국’ 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가.



‘공부는 걔가 더 잘하는데 시험은 내가 더 잘 봐.’ 우리가 원하는 대답은 이런 비논리적인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가 결과가 더 좋으니 공부는 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까봐 두렵다. 앞선 것처럼 보일뿐 앞선 것이 아니다.

보이는 것 너머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때는 너무 늦는다. 다른 건 몰라도 축구에서 만큼은 질수 없지 않은가.

-밴쿠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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