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남 단장. 스포츠동아DB
박 단장은 1990년부터 단장을 맡고 있다. 축구사랑이 대단하다. <구단 20년사>에 1993년 우승 당시 토막기사가 하나 실려 있다. ‘1991년까지 세계일보 판매이사를 겸임하던 박 단장이 1992년부터 축구단에 전념하며 67경기 연속 무교체 출장(?) 기록을 세웠다’는 내용이다. 성남 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서든 그를 볼 수 있다. 1000경기는 훨씬 넘게 직접 관전했을 것이다.
그런데 단장의 열렬한 축구단 사랑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박 단장은 툭하면 라커룸에 들어간다. 그는 올 시즌 거액에 영입한 A선수가 기대에 못 미치자 “저런 게 무슨 선수냐”고 소리를 질렀다. A가 계속된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자 다시 “큰 돈 주고 사 온 선수를 왜 안 쓰느냐”고 호통을 쳤다. 선수들 앞에서 코칭스태프를 힐책할 때도 많다. 축구단을 자식보다 아낀다는 사람의 처신치고 참 한심하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딱 맞다. 단장이 이렇듯 안하무인인데 아무리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온들 선수단을 장악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다. 성남은 제대로 된 훈련장도 없다. 성남과 탄천, 안양을 떠돈다. 이마저 못 구해 고등학교 인조 잔디에서 공을 차고 운동장 사정으로 훈련시간이 갑자기 앞당겨질 때도 많았다. 구단은 늘 시(市) 핑계를 대지만 이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성남으로 연고를 옮긴지가 13년이 지났다. 박 단장은 23년째 그 자리에 앉아 이 문제 하나 해결 하지 못했다.
고인 물은 썩는다. 박 단장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성남은 2012년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신 감독 사퇴만으로 해결될 게 아니다. 박 단장이 물러나고 참신한 새 수장이 와야 성남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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