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리그는 용병·에이전트의 봉?
구단간 경쟁 과열로 터무니없는 가격 형성
규약 상한가 28만 달러…KOVO 나몰라라
‘KOVO 계약 전담’ 등 영입 룰 변경 의견도
프로배구 V리그 외국인선수 몸값이 터무니없이 오르고 있다.
규약이 정한 보수상한은 28만 달러(남녀 동일·인센티브 제외).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팀은 드물다. 2012∼2013시즌 LIG손해보험이 영입했던 까메호의 연봉이 100만 달러를 넘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몸값 거품 사례. 드림식스가 영입한 다미는 17만 달러를 받았다. 두 선수의 활약을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없다. 결국 외국인선수와 에이전트의 배만 불려준 꼴이다.
보수를 과다지급하면 벌금(최대 10만 달러)을 부과한다는 규약이 있긴 하다. 하지만 조사를 해서 벌금을 매겨야 할 한국배구연맹(KOVO)도, 각 구단도 외면했다. 상황이 이러니 에이전트들이 V리그 시장을 봉으로 본다.
10일 현대캐피탈이 영입을 발표한 콜롬비아 국가대표 출신 아가메즈. 몸값이 130만 달러로 전해진다. 몇 년 전 영입을 추진했던 한 구단 관계자는 “아가메즈가 70만 달러를 요구해 포기했다”고 기억했다. 그리스리그에서 터키리그로 이적할 때 접촉했던 가격이었다. 아가메즈는 삼성화재에서 뛴 바 있는 가빈 슈미트가 이스크라 오틴드소브(러시아리그)에서 아르카스 이즈미르(터키리그)로 이적하면서 포지션에서 밀리자 한국 무대를 밟게 됐다.
대한항공도 쿠바 국가대표 출신의 산체스 영입작업을 끝냈다. 몸값은 110만 달러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영입을 검토했으나 비싸서 포기했던 선수다.
우승을 위해 외국인선수가 필요하긴 하지만 최근 치솟는 몸값은 구단이 부담하기 힘든 상황. 규약을 지키는 구단들은 “드래프트로 국내 선수간 전력평준화를 이뤄놓으면 무엇하나. 외국인선수가 결국 우승을 시키는데 지키지도 않을 규약이 무슨 필요가 있냐”며 분노했다.
문제는 공정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구단들의 과당경쟁으로 거품이 끼어 몸값이 상식 이상으로 올랐다. 이 때문에 외국인선수 선발에 대한 근본적인 틀을 바꾸자는 의견도 많다. ▲완전 자유경쟁을 도입하고 기준선 이상이면 세금을 물려 그 돈을 국내 유소년 발전기금으로 사용 ▲KOVO 주관으로 트라이아웃을 하면서 외국인선수 계약을 KOVO가 전담해 불법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 ▲외국인선수 영입 금지 등을 검토할 시기라고 한다. 비싼 외화가 더 이상 낭비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야할 때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