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진, 삼성화재를 춤추게하는 남자

입력 2014-02-2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화재 베테랑 센터 고희진(오른쪽)은 코트 안팎에서 선수들을 노련하게 이끌어가면서 선두 질주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8일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점수를 따낸 뒤 환호하는 모습. 대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공격비율 낮지만 필요할때 블로킹·속공
기둥같은 존재…숙소에선 분위기 메이커
“매경기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코트 누빈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는 4라운드 전승을 달리다 마지막 2경기에서 연패했다. 시즌 처음이었다. 그것도 5, 6위 팀에 당한 패배였다. 18일 한국전력과 5라운드를 시작한 삼성화재는 속된 말로 용궁을 다녀왔다. 한국전력에 첫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패배의 위기까지 몰렸다. 한국전력 외국인 선수 비소토의 송곳 스파이크와 전광인의 빠르고 파워 넘치는 공격에 블로킹이 버텨내지 못했다. 마지막 5세트에서 승리의 물꼬를 튼 것은 12-12에서 고준용이 비소토를 1-1 블로킹으로 잡아낸 것과 14-12에서 박철우의 블로킹 성공이었다. 이때 박철우와 함께 뛰어올라 블로킹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가 고희진(34)이었다. 그는 딱 3득점 했다. 1,2,4세트에서 속공을 성공시켰다. 30점을 쉽게 넘기는 레오나 다른 공격수에 비하면 득점도, 점유율도 떨어진다.

그러나 고희진의 플레이는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분업배구를 강조하는 신치용 감독은 40%%-15%%-10%% 이론을 말한다. 주공격수와 보조공격수, 센터에서 그 숫자만큼 공격을 부담해줘야 팀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했다. 박철우의 부상으로 보조공격 점유율이 떨어질 때 삼성화재는 힘들었다. 주공격수 레오에게 공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이상적인 공격비율은 아니지만 삼성화재는 선두다. 비록 득점은 적어도 팀 문화를 지탱하고 코트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고희진이 버티고 있는 한 삼성화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동안 삼성화재를 지켜오던 세 기둥 가운데 석진욱과 여오현은 떠났다. 이제 삼성화재의 전통과 배구컬러를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고희진과 유광우 뿐이다. 신 감독 눈에는 박철우 이선규 이강주가 아직 삼성화재 배구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한 선수로 보일 뿐이다. 코트나 훈련장, 숙소에서 고희진의 역할이 커야 하는 이유다.

무릎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출장을 못하는 레프트 류윤식에게 새로운 팀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뜻밖에도 “재미있다”는 말이 나왔다. 힘들기로 소문난 삼성화재의 훈련을 알고 있기에 예상 밖이었다. 류윤식은 “선배들이 앞장서서 훈련을 많이 하고 후배들의 훈련에 도움을 주려고 하니 재미있다. 힘들지만 내 배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윤식은 그렇게 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선수로 주장 고희진을 들었다. 단순히 코트에서 내는 점수 이상의 역할을 고희진은 밖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선수로서의 능력도 잃지 않았다. 많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점수를 낸다. “경기 내내 제 역할을 못해 다른 선수로 교체하려고 하면 점수를 낸다”고 신 감독은 말했다. 한때는 시즌에 300점씩 뽑던 때도 있었다. 블로킹도 100개씩 했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19일 현재 25경기 105득점을 했고, 블로킹도 53개를 기록했다. 한창 때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제 몫을 한다. 블로킹도 현대캐피탈의 에이스 아가메즈에 유난히 강하다. 11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 33%%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상대팀 에이스에 유난히 강한 블로커가 있어 삼성화재는 든든하다.

“항상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코트에 들어간다. 그래서 경기하는 것이 즐겁다”는 고희진은 이제 10번째 봄 배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