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 어머니 “메달 없이 돌아온 세영이 먼저 안아줄 것”

입력 2014-02-2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남매를 모두 국가대표로 키운 이옥경 씨는 자랑스러운 맏딸 박승주와 둘째딸 박승희, 막내아들 박세영을 환영하기 위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스포츠동아DB

삼남매를 모두 국가대표로 키운 이옥경 씨는 자랑스러운 맏딸 박승주와 둘째딸 박승희, 막내아들 박세영을 환영하기 위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스포츠동아DB

■ 국가대표 3남매 키운 이옥경 씨의 모정

노 메달 막내 아들에게 무슨 말 할까 고민
몇 번이나 고쳐 쓴 문자메시지로 격려 대신
승희 인터뷰서 먹고 싶다던 미역국 끓여놔
4년 뒤 평창선 승주·세영도 웃으리라 믿어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여자쇼트트랙국가대표 박승희(22·화성시청)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유일한 2관왕으로 빛을 발했다. 500m 결승에서 2차례나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 완주하며 투혼의 동메달을 따낸 데 이어, 3000m 계주와 1000m에선 잇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 3000m 계주에서 1위로 골인하고도 억울한 실격 판정 탓에 금메달을 놓쳤던 아픔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런 박승희가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쇼트트랙 동료들은 물론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등 메달리스트들과 함께였다. 돌아온 영웅들을 맞으러 나온 언론과 팬들로 공항은 난리법석이었다.

이 와중에 조용히 꽃다발을 들고, 한참 떨어진 곳에 한 아주머니가 홀로 서 있었다. 여자스피드스케이팅국가대표 박승주(24·단국대), 박승희, 남자쇼트트랙국가대표 박세영(21·단국대) 3남매의 어머니 이옥경(48) 씨였다.


● “승희보다 세영이부터 안아주고 싶어”

어머니는 “4년 전(승희가 밴쿠버에서 동메달 2개를 따고 돌아왔을 때)에도 먼발치에서나 봤다. 그래도 공항에 안 나올 수는 없더라”며 웃었다. 아버지와 가족이 총출동했는데, 인파에 떠밀려 아버지마저 어딘가로 잃어버렸지만(?) 이 씨는 이제나저제나 승희와 세영이가 언제 나올까만 신경 쓰는 눈치였다.

어머니는 쇼트트랙 경기를 TV 생중계로 못 봤다고 했다. 이제 면역이 될 법도 하건만, 떨려서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둘째딸이 최고의 성적을 냈지만, 노 메달로 돌아온 막내아들이 눈에 밟히는 것이 엄마의 심정인가보다. “공항에서 나오면 세영이부터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에서 어머니가 제일 고민한 것도 노 메달에 그친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였다. 아들의 노 메달이 확정된 날, 어머니는 몇 번이나 고쳐 쓴 끝에 문자메시지를 러시아 소치의 아들에게로 보냈다. “누나도 밴쿠버에서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 시련을 견뎌서 지금의 기쁨이 있잖니?”라고 4년 뒤를 당부하며 격려했다. 어머니는 “아직 아들에게 답장을 못 받았다”며 웃었다.


● “승희가 미역국 먹고 싶다는 기사 읽고 준비해놔”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금메달을 2개나 딴 딸을 향한 기특함도 잊지 않았다. 이 씨는 “인터뷰 기사를 보니까 승희가 한국에 돌아가면 미역국을 먹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집에 미역국을 끓여놓고 왔다”며 웃었다. 박승주, 박승희, 박세영은 4년 후 평창에서 더욱 기대되는 나이다. 그것을 알기에 어머니는 희비가 엇갈린 성적표를 들고 온 맏딸과 막내아들을 모두 웃으며 맞을 수 있었다. 4년의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둘째딸을 통해서 확신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