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브라질월드컵에서 ‘홍명보호’의 중원을 책임질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성용의 단점을 채울 좋은 파트너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중원 파트너’ 기성용 수비 보완 등 중책
김남일, 길목막기·패스차단 노하우 전수
“체력 잘 배분해 지능적 압박수비하겠다”
스포츠 종목마다 선수 각자에게 주어지는 포지션이 있다. 각 포지션의 특성과 역할은 다르지만,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포지션은 없다. 다만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포지션은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농구와 배구의 센터 포지션이 대표적 예다. 뛰어난 센터 없이 강한 전력을 구축하기는 어렵다. 종목은 다르지만, 축구에서도 중심이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미드필드 진영이 약해서는 강팀이 될 수 없다. 2014브라질월드컵에 나설 한국축구대표팀의 한국영(24·가시와 레이솔)은 기성용(25·스완지시티)과 함께 중원을 책임져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 기성용의 단점 채울 ‘동반자’
대표팀은 5월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결과도 실망스러웠지만, 내용은 더 답답했다. 공격에선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고, 수비에선 조직력 결여로 상대의 역습에 번번이 뚫렸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한국영의 움직임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기성용의 뒤를 받치며 상대를 압박하면서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기성용과 손발을 맞춘 경험이 부족해 조합 자체는 조화롭지 못했지만, 훈련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성용은 감각적 패스와 빼어난 슈팅 능력을 지녔지만, 수비 면에선 여전히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수비 압박과 공격 가담이 가능한 한국영은 기성용의 좋은 파트너다. 한국영은 튀니지전을 마친 뒤 “호흡이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조직력을 가다듬어 중원 싸움에서 상대를 앞서고 싶다”고 밝혔다.
● 한국영을 일깨운 김남일의 조언
월드컵 때마다 한국축구는 유럽 및 남미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일군 4강 신화는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강하게 상대를 밀어붙인 투지 덕분이었다. 대표적 선수가 김남일(37·전북)이다. 김남일은 2002월드컵 직전 펼쳐진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거친 몸싸움을 통해 지네딘 지단(42·은퇴)을 막아내며 이름을 알렸고, 월드컵 때도 상대 선수들과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한일월드컵 때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영의 임무가 바로 ‘ 진공청소기’ 김남일의 역할이다.
한국영은 지난해 6월 레바논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경기에 김남일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한국영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는 김남일에게서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길목을 잡아 지능적으로 플레이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한국영은 “뛰는 양이 원래 많은 편이었지만, 쓸 데 없이 체력을 소비하는 경향도 적지 않았다. (김)남일이 형에게 미리 길목을 막는 법, 패스를 차단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남일이 형의 조언이 나를 바꿨다”고 밝혔다.
이제 결전을 기다리는 한국영은 “태클에 자신 있지만 무리해서 볼을 빼앗으려다가 뚫리면 수비진에 심각한 위험을 안길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길목을 막아 상대 공격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상대의 볼 터치가 길 때는 과감하게 태클하겠다. 후회 없이 월드컵을 준비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은?
▲생년월일=1990년 4월 19일
▲키·몸무게=183cm·73kg
▲출신교=강릉 문성고∼숭실대 중퇴
▲프로 경력=쇼난 벨마레(2010∼2013년), 가시와 레이솔(2014년∼현재)
▲A매치 데뷔전=2013년 6월 5일 레바논전(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
▲A매치 통산=9경기·0골
▲월드컵 경험=없음
▲주요 경력=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