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정지혜 “한 발에 대한 긴장감 즐겼다”

입력 2014-09-21 22: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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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지혜가 은메달을 목에 건 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20일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銀 비결은 승부사 기질
세계사격선수권&인천AG 2개 메이저대회 연속 입상
바뀐 결선 방식의 최대 수혜자, ‘결선의 여왕’으로

정지혜(25·부산시청)는 20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2위에 오르며 한국사격에 이번 대회 첫 메달을 안겼다. 12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2개 대회 연속 입상의 쾌거였다.

국제사격연맹(ISSF)은 지난해 결선 방식을 변경했다. 본선 점수를 반영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고, 특정 발수에서 후순위 선수를 탈락시켜 긴장감을 높였다. 무명에 가깝던 정지혜는 규정 변경 이후 열린 2차례의 메이저대회에서 연달아 메달을 획득하며 ‘결선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서바이벌 결선 방식에선 한발의 집중력에 대한 중요도가 더 커졌다. ISSF는 관중 본위의 경기를 위해 2012런던올림픽부터 결선장에서의 시끄러운 응원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적응 역시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 모든 변화들이 정지혜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한발에 대한 긴장감을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 떨리긴 하는데 재밌는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로 훈련 중 심심풀이로 하는 ‘한발 내기’에서 높은 승률을 기록하는 등 ‘타짜’의 면모가 있다는 후문이다.

사격대표팀은 이미 훈련과정부터 바뀐 결선 방식에 대비했다. 정적이고 조용한 훈련이 아니라 시끌벅적하고 코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제일 높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가 자신의 숫자를 지워나가며 빙고게임을 하는데, 총을 쏘는 순간 서로를 ‘놀리고 웃기며’ 최대한 방해한다. 정지혜가 사대에 있을 때는 별명인 “개초코”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코는 정지혜가 애지중지하는 애완견의 이름이다. 이런 과정은 실전의 돌발 상황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정지혜는 “선후배들과 스파게티 사기 내기도 종종했다. 물론 내가 살 때도 있었지만, 결과가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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