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큼은 첨예하진 않다고 하더라도 남북대결은 선수들에게 가혹한 무대다. 특히 북한선수들이 갖게 되는 심적 중압감은 엄청난 듯하다. 북한 여자유도의 1인자인 설경은 인천아시안게임 -78kg급 결승에서 예상을 깨고 한국의 정경미에게 패했다. 설경은 시상식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았고, 전 체급 메달리스트 중 유일하게 공식 인터뷰마저 불참했다.
그렇다고 한국 선수들의 마음 역시 편한 것만은 아니다. 여자탁구 단체전과 혼합복식에 한국은 잇따라 북한에 발목을 잡혀 탈락했다. 여자탁구 에이스로 꼽히는 양하은은 30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혼합복식 16강전에 이정우와 짝을 이뤄 출전했으나 북한의 김혁-김정봉 조에 세트스코어 1-3으로 완패했다.
16강전 중 한가운데 메인 코트에서 펼쳐진 이 경기는 관중들의 집중적 주목을 받았다. 팬들은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바랐으나 첫 세트를 3-11로 허무하게 내줬다.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김혁-김정봉 조의 민첩한 플레이에 속수무책이었다. 전열을 정비해 2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13-11로 이겼으나 3~4세트를 11-4, 11-7로 일방적으로 밀리며 패했다.
탈락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양하은은 “남북대결이라고 하면 한국 선수들도 조금 긴장도가 커진다. 준비했던 플레이가 잘 안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중국의 독주 속에서 그나마 금메달 가능성이 컸던 이정우-양하은 조의 탈락으로 한국 탁구의 아시안게임 금맥 캐기가 더욱 험난해졌다. 중국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탁구 전 종목 금메달을 휩쓸었다. 반면 한국은 2002부산아시안게임 남자복식(이철승-유승민) 금메달 이후 금맥이 끊어져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30일 여자단체전 결승에서도 일본을 3승1패로 잡고 아시안게임 3대회 연속 금메달을 얻었다.
수원|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