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윤정연. 스포츠동아DB
윤정연(22·한국체대)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9월 30일 인천 강화의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부 53kg급 시상식. 자신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대만의 후앙 윤 웬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이내 실망감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시상대를 내려오면서 목에 걸었던 은메달을 슬쩍 뺐다. 발목부상으로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재활로 여기까지 왔던 인천아시안게임은 그렇게 끝났다.
● 딸이 질까봐 숨죽여 응원했던 어머니
엄마 정은옥 씨와 아버지 윤창호 씨는 이날 경기를 숨죽여 지켜봤다. 맞벌이를 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평소 경기장을 잘 찾지 못한다. 딸도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경기장을 오라는 말도 한번 꺼내본 적 없다. 엄마는 “내가 가면 딸이 이길 때보다 질 때가 더 많았던 거 같다. 혹여나 질까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어머니는 딸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싶었다. 수차례 수영장을 함께 데리고 갔지만 딸은 엉덩이를 빼고 달아나기 바빴다. 그리고 혼자 수소문해 태권도장을 찾아다녔다. 도복을 처음 입은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태권도는 부모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딸은 속 한번 썩인 적 없이 일찍 철이 들었다. 대표 선발전을 앞둔 작년 발목을 심하게 다치면서도 부모에게 섣불리 말하지 않았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발목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하며 힘든 경기를 치러냈다. 아버지는 “좀처럼 아프다고 말 하지 않더라. 다 나은 줄만 알았는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 늦잠을 자며 밝혔던 금빛 예감, 하지만
두 모녀는 메시지를 보내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대회당일. 모녀의 마음은 통했던 것일까. 며칠 새 밤잠을 못 이뤘지만 경기 전날만큼은 긴장을 풀고 늦잠을 청할 수 있었다. 엄마는 “정연이가 오랜만에 잠을 잘 잤다고 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정연은 순조롭게 4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4강 상대가 모쪼록 마음에 걸렸다. 두 번의 올림픽(베이징올림픽과 런던올림픽), 두 번의 아시안게임(도하아시안게임과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에 이어 중국의 태권도 영웅 우징위였다. 윤정연은 탐색전을 벌인 끝에 우징위를 6-4로 꺾고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금빛 발차기가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그러나 결승서 후앙 윤 웬을 만나 아쉽게 패했다. 4강에서 체력을 쏟아 부었던 탓 이다. 윤정연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약속했던 냉장고 선물도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강화|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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