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이호준. 스포츠동아DB
■ NC 이호준
배 단장의 진심·아들의 편지로 시작된 꿈
NC 역사상 첫 PS 주장…NC 우승만 남아
2012시즌이 끝난 후 프로 19년차 이호준(38)은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획득했다. SK와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직후 NC 배석현 단장은 인천 이호준의 집 앞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계약서를 받은 이호준은 먼저 노장 선수에게 관심을 가져준 점에 대해 깊이 감사했다. 그러나 선뜻 사인하지 못했다. 이유를 묻는 배 단장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지만 아이가 얼마 전에 야구를 그만뒀다. 많은 것에 새롭게 적응하고 있는데 전학까지 가자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배 단장은 아이를 걱정하는 아버지를 더 이상 설득할 수 없었다. 대신 “우리는 이호준 선수를 팀 전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멤버로 뿐만 아니라 팀의 리더로 영입하고 싶었다”는 한 마디를 남겼다. 이호준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그러나 세상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나보다 아이가 먼저였다. 얼마 후 이호준은 아들에게 편지 한 장을 받았다. “아빠가 야구를 더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전학은 몇 번이라도 갈 수 있다”는 뭉클한 사연이었다. 이호준은 그렇게 가족의 든든한 응원 속에 NC의 유니폼을 입었다.
2년 전 NC 유니폼을 입은 첫 날. 이호준은 지금 돌이켜보면 가슴에 큰 울림으로 와 닿는 말 한마디를 했었다. 당시에는 그런 느낌보다는 입담 좋은 허풍이라는 느낌이 강해 마주보고 함께 웃었었다. “NC의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른 주장, 그리고 첫 우승의 주장, 이것이 내 야구인생 마지막 목표다.”
NC는 2013시즌 최하위 후보였다. 신생팀이 언제 4강 전력을 갖추게 될지 예상이 어려운 시기였다. 프로 20년차 이미 동기 뿐 아니라 후배들도 하나 둘 그라운드를 떠났다. 마흔을 앞둔 선수의 말은 그래서 그저 먼 꿈만 같았다. 이호준은 “첫 주장으로 포스트시즌도 가고 우승까지 하면 새 야구장에 사진하나 커다랗게 걸어주지 않겠냐. 앞으로 오래도록 이어질 팀 역사에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것도 큰 영광이지만 그런 의미 있는 성적을 올리는 순간 팀원으로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년 만에 NC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19일 1차전에서 큰 점수차로 패했지만 이호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9회말 솔로홈런을 날리며 홈 팬들 앞에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이호준은 1997년 해태에서 첫 우승을 경험했다. 프로 2년차 때다. 이후 SK에서 2003년 팀의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고 2007년 첫 우승 멤버다. 포스트시즌에서만 56경기를 뛴 베테랑은 오늘도 자신의 마지막 꿈을 위해 소중한 한 타석, 한 타석에 서고 있다,
마산|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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