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번 만에 첫승…‘눈물의 퀸’ 최운정

입력 2015-07-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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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LPGA 투어 한국선수 11번째 우승을 일궈낸 최운정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올 시즌 LPGA 투어 한국선수 11번째 우승을 일궈낸 최운정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프로 데뷔 8년만에 마라톤클래식서 LPGA 첫 정상

14언더파 270타…연장서 우승

독종으로 불릴만큼 지독한 연습벌레
156경기 동안 외면 당한 우승의 인연
장하나와 연장 승부끝에 역전 드라마
캐디 봐준 아빠 품에 안겨 뜨거운 눈물

156번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던 우승의 문이 마침내 열렸다. 최운정(25·볼빅)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라톤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우승상금 22만5000달러)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아버지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최운정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장하나(23·비씨카드)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파를 잡아 우승했다. 올 시즌 LPGA 한국선수 11번째 우승. 이는 역대 최다승 타이 기록이다.

극적인 승부였다. 선두 장하나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최운정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 골라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연장에서는 침착하게 파를 잡아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2008년 퓨처스(2부)투어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지 8년 만에 거둔 첫 우승이다.

정규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의 극적인 파 세이브가 우승의 발판이 됐다. 최운정은 “마지막 18번홀에서 파 세이브가 좋았다. 티샷 실수가 있어 레이업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3번 우드로 그린 앞 90야드 지점으로 보내놨고, 4번째 샷으로 홀 2.5m 지점에 붙였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극적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연장에서는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운정에게 LPGA투어 우승은 멀고도 험했다. 시작은 2009년 12월이다. LPGA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다. 아쉽게 1타가 모자라 공동 20위까지 주어지는 풀시드를 받지 못했다. 실망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40여 분을 자동차로 달렸는데,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20위 이내에 들었던 선수 중 2명이 시드를 반납한 덕분에 플레이오프 기회가 찾아왔다. 차를 돌려 골프장으로 달려갔다. 최운정은 당시를 떠올리며 “바퀴에서 타이어 타는 냄새가 진동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4명이 치른 연장전 끝에 최운정은 풀시드를 받아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LPGA생활이지만 생각보다 벽이 높았다. 첫 4개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면서 우승을 기다렸지만 7년 동안이나 외면당했다. 156경기를 치르는 동안 2012년 매뉴라이프 파이낸셜클래식과 2013년 미즈노클래식, 2014년 호주여자오픈 준우승이 최고 성적.

최운정은 더 독해졌다. 동료들 사이에서 ‘독종’으로 불린다. 워낙 연습을 많이 해 붙여진 별명이다. 동계훈련 때는 아침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두 손으로 다리를 들어야할 정도로 혹독하게 훈련했다. 강한 승부근성과 성실함도 정평이 나 있다. 작년 열린 LPGA투어 31개 대회 중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을 제외하고 30개 대회를 뛰었다.

8년 만의 첫 우승의 꿈을 이룬 최운정은 이제 또 다른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목표했던 첫 우승을 거뒀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두 번, 세 번째 우승도 빨리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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