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김해란·남지연·여오현, ‘수비 1만 시대’ 열다

입력 2016-03-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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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 김해란-IBK기업은행-남지연 현대캐피탈 여오현(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2015∼2016시즌 결산

인삼공사 김해란 한 경기 최다 디그 경신
대한항공 신영수·김학민 통산 3000득점
삼성화재 그로저 한 경기 15서브 신기록

‘NH농협 2015∼2016 V리그’가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남자부 삼성화재-KB손해보험전을 끝으로 정규리그 일정을 모두 마쳤다. 지난해 10월 10일 개막해 남자부 126경기, 여자부 90경기가 역대급의 팽팽한 순위경쟁 끝에 마감됐다. 정규리그 종료 이틀 전 한 경기장에서 플레이오프(PO)에 출전할 남녀 팀이 모두 확정된 것도 드문 일이었다. 자유계약으로 선발한 외국인선수제도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남자부의 경우 트리플 크라운 풍년 속에 특급 외국인선수들이 보여준 화려한 기량이 관중과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 덕에 시청률과 관중 수치가 지난 시즌보다 상승했다. 처음으로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선수를 뽑은 여자부에선 국내선수들의 역할이 강조된 아기자기한 배구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 올 시즌 달성된 기준기록들

드디어 ‘수비 1만’ 시대가 열렸다. 남자보다 수비의 비중이 더 큰 여자부에서 먼저 통산 1만 수비(리시브+디그)가 나왔다. 인삼공사 김해란이 지난해 11월 29일 대전 도로공사전에서 달성했다. 김해란은 2월 1일 현대건설전에서 54개의 디그로 자신이 보유해온 한 경기 최다 디그(53개·2006∼2007시즌 흥국생명전)를 넘어섰다. IBK기업은행 남지연은 3월 2일 인삼공사전에서 1만 수비를 달성했다. 남자부에선 현대캐피탈 여오현이 1만 수비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16일 삼성화재전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 기준기록상에서 수비는 5000개 단위로 시상된다.

대한항공 신영수와 김학민은 사이좋게 통산 3000득점을 넘어섰다. 신영수는 지난해 11월 2일 KB손해보험전에서 3000득점을 채웠다. V리그 역대 7번째다. 김학민은 1월 31일 OK저축은행전에서 3000득점을 돌파했다. 역대 8번째다. 종전 토종 공격수의 3000득점은 이경수, 박철우, 김요한 등이 달성했고, 외국인선수는 안젤코, 가빈, 레오 등이 기록했다.

블로킹에서도 의미 있는 통산기록이 나왔다. 삼성화재 이선규가 지난해 11월 15일 KB손해보험전에서 800블로킹을 달성했다. 블로킹은 기준기록이 100개 단위다. 그만큼 힘들다. 현대건설 양효진도 지난해 12월 29일 인삼공사전에서 800블로킹을 기록했다. 통산 1000블로킹 돌파가 가능한 양효진은 모든 블로킹 기록을 새로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건설 김세영은 역대 3번째인 600블로킹, 흥국생명 김수지는 400블로킹을 각각 달성했다. 현대캐피탈 신영석도 500블로킹을 기록했다.


남자부는 서브 풍년, 트리플 크라운 풍년

서브 기록도 풍년이었다. 삼성화재 그로저가 1월 17일 KB손해보험전에서 15서브로 한 경기 최다서브 신기록을 세웠다. 그로저는 지난해 11월 18일 OK저축은행전에서 9서브 신기록을 세운 뒤 새 기록으로 갈아 치웠다. OK저축은행 시몬은 1월 20일 KB손해보험전 2세트에 7개의 서브로 한 세트 최다서브 신기록을 작성했다. 여자부는 새 외국인선수제도의 도입과 도로공사 문정원의 부상 결장 등으로 서브 신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인삼공사 백목화가 통산 200서브를 달성하며 기준기록상 수상자가 됐다. 현대건설 황연주에 이어 2번째다.

트리플 크라운도 많았다. 남자부는 무려 20번이나 나왔다. 지난 시즌의 17번을 넘어선 신기록이다. 시몬이 9차례, 그로저가 6차례 기록했다. 여자부에선 2차례 나왔다. IBK기업은행 김희진은 지난해 12월 13일 흥국생명전에서 첫 경험을 했다. 국내선수로는 2011∼2012시즌 황연주에 이어 무려 4년만이었다.


여자부 일정 독립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2015∼2016시즌

KOVO는 현대건설에 진심으로 고마워해야 할 듯하다. 2월 27일 화성에서 열린 1위 IBK기업은행과 2위 현대건설의 맞대결에서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홈구장이었으니까 우승 세리머니를 두고 왈가왈부할 일도 없었다. 만약 그날 현대건설이 이겼더라면 복잡한 일이 생길 뻔했다. IBK기업은행의 다음 경기는 3월 2일 대전에서 벌어진 인삼공사전이었다.

현대건설전에서 IBK기업은행이 풀세트까지 갔다면 큰 사단이 날 뻔했다. 오후 5시 시작된 여자부 경기가 풀세트로 가면 7시30분경 끝난다. 정규리그 우승 세리머니가 뒤따라야 하는데, 그 경우 남자부 경기는 빨라야 오후 8시30분 시작이고, 최악의 경우 9시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었다. 남자선수들과 관중 모두 엄청난 대기시간에 화를 낼 수 있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요즘 남자부는 길어지는 여자부 경기시간 때문에 불만이 많다. 대기시간이 길어져 좋은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관중의 불평도 많이 듣고 있다.

몇몇 경기장은 남녀부 경기가 동시에 벌어질 때 입장권을 분리해서 판다. 남자 경기 관전을 원하는 사람은 여자 경기가 끝날 때까지 경기장에 입장할 수 없다. 추운 겨울에 떨면서 밖에서 대기하는 관중도 많다. 귀중한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가 엉망이란 얘기다.

여자팀은 여자팀대로 애로사항이 있다. 남자팀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어떤 때는 열흘 이상 경기가 없고, 어떤 때는 하루 걸러서 경기를 하는 등 뒤죽박죽 일정이 불편하다.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기 어렵고, 부상발생 위험도 크다. 많은 여자팀의 불만사항이다.

최소한 여자부 경기가 벌어지는 요일을 지정해주던지, 아니면 처음부터 남자부와 분리해서 일정을 짜달라는 요구가 크다. 그런데도 몇몇 구단은 독립을 꺼린다. 혼자서 경기를 진행할 자신이 없어서다. KOVO의 의지도 중요하다. 지금 V리그 일정은 변두리 영화관의 동시상영을 연상케 한다. 여자 경기는 결코 오픈게임이 아니다. 남자 경기처럼 존중받아야 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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