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장하나(오른쪽). 사진제공|KLPGA
“제대로 사과 못했는데 빨리 완쾌되길”
싱가포르 공항에서 생긴 불의의 사고로 촉발된 전인지(22·하이트진로)와 장하나(24·BC카드)의 불편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월29일 싱가포르의 공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던 전인지는 뜻하지 않는 사고를 당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뒤쪽에서 짐 가방 하나가 떨어져 그의 무릎을 쳤다. 이 사고로 전인지는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문제가 커진 건 사고를 낸 당사자가 동료인 장하나의 아버지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이 사실은 며칠 뒤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당시 두 가족은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다. 발단이 된 건 사고 이후의 대처방법이다. 처음엔 사고가 크지 않아 양측 모두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인지의 상태가 악화됐다. 그로 인해 전인지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전인지 측은 서운한 감정을 보였다.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장하나 측은 “사고가 났을 때도 미안하다고 했고 다음날 대회장에서 만났을 때도 사과했다. 최소 5∼6차례는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사태는 수습되지 않고 더욱 악화됐다. 오히려 ‘일부러 가방을 떨어뜨렸다’는 소문까지 더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급기야 두 가족은 숙소인 호텔의 식당에서 만나 언성을 높이는 상황까지 갔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장하나는 전인지가 출전하지 못한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엔 우승 뒤 장하나의 행동이 문제가 됐다. 장하나는 우승이 확정되자 그린 위에서 팝가수의 흉내를 내며 춤을 췄다. 이 모습을 본 전인지의 팬들은 실망하다 못해 맹비난했다. 우발적인 사고지만 자신과 가족의 실수로 인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를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한 건 ‘진정성 결여’ 때문이다. 전인지측은 계속해서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일어난 장하나의 행동은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장하나는 7일 공개 사과를 하면서 해결에 나섰다. 우승트로피를 들고 귀국한 장하나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여건이 허락지 않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했는데 빨리 완쾌되길 바라며 시합장에서 얼굴을 보고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하나의 사과가 화해를 위한 첫 단추가 되길 기대해본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