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츠버그 강정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95마일 이상 강속구 타율 4할 이상
노림수·변화구 대처능력도 진화 중
흔히 KBO리그로 온 외국인선수가 출중한 성적을 내면 ‘한국에 와서 야구가 늘었다’고 평한다. 이제 피츠버그 강정호(29)에게 ‘메이저리그에 가서 야구 실력이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해도 억지가 아닐 듯싶다. 강정호가 무릎 부상을 딛고 복귀한 후 8경기에서 벌써 4홈런이다. 강정호는 16일(한국시간)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 원정경기에 6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292(24타수 7안타)가 됐다. 7안타 중 6안타가 2루타 이상의 장타다.
● 사구 공포에 굴하지 않고 홈런으로 응수
피츠버그 게릿 콜과 시카고 컵스 존 레스터가 벌인 명품 투수전의 균형을 깬 주역은 강정호였다. 강정호는 처음 두 타석(삼진, 유격수 직선타)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으나 7회 2사 2루에서 레스터의 92마일(시속 147km)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측 펜스까지 가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이어 강정호는 1-0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9회초 컵스 마무리 헥터 론돈을 상대로 풀 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96마일(시속 155km)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중간 펜스를 넘겨버렸다. 시즌 4호 홈런이자 8타점을 기록하는 영양가 만점의 한방이었다. 강정호의 2타점 활약에 힘입어 피츠버그는 9회말 1점을 내주고도 2-1로 이겼다. 컵스전 5연패도 탈출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컵스 크리스 코글란의 살인태클 탓에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쳐 시즌 아웃됐다. 이 탓에 귀국조차 못하고 재활에 전념했다. 게다가 15일 컵스 제이크 아리에타에게 사구를 맞기까지 했다. 고의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심적 부담감이 클 법한 상황에서 기죽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탈을 보여줬다.

● ‘강속구 킬러’ 강정호의 진화
강정호는 KBO리그 넥센 시절부터 강속구에 강했다. 그러나 특정코스에만 강한 경향이 있었는데 이 한계가 돌파되고 있다. MBC스포츠+ 송재우 해설위원은 “강정호가 지금까지 친 홈런을 보면 높은 볼이 아님에도 장타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강정호가 부상 후 재활 기간, 야구 생각을 많이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강정호는 통계상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95마일 이상 강속구 타율이 4할 이상으로 가장 높은 타자 중 한 명이었다. 이렇게 강속구를 잘 친다는 것은 타석에서의 노림수가 잘 먹힌다는 뜻이다. 강속구 대응력이 발휘되려면 노리던 공이 들어올 때까지 변화구 등 다른 구종을 커트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강정호가 론돈을 상대로 연속된 6개의 슬라이더를 견뎌낸 뒤 7구째 홈런을 터뜨린 점은 음미할만하다. 강정호가 유독 마무리투수들에게 강한 것도 강속구 대응력을 극대화시키는 노림수와 변화구 대처능력의 진화가 겸비된 덕분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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