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니퍼트. 스포츠동아DB
김태형감독 “감기 증세…본인이 원했다”
21일 잠실구장. 7회초 kt 공격 시작직전, 두산 김태형 감독과 한용덕 수석코치가 윤상원 구심에게 다가섰다. 한 코치는 오른손에 새 공을 들고 있었다. 한 코치가 마운드로 걸어가자 야구장 곳곳은 술렁였다.
두산은 곧장 투수를 선발 더스틴 니퍼트(사진)에서 이현호로 교체했다. 한 코치가 새 공을 들고 마운드로 향했다는 것은 이미 투수 교체를 의미했다.
사실 직전까지 취재진은 1982년 이후 단 한번도 나오지 않은 미지의 영역 KBO리그 최초의 퍼펙트게임 탄생 여부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밖으로 기록 도전에 대한 말이 나오는 순간 깨질 수 있다는 불문율 때문에 이날 중계를 맡은 민훈기 SPOTV 위원도 ‘퍼펙트’라는 단어를 단 한번도 꺼내지 않았다.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는 최고 155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1회부터 6회까지 단 한명의 kt 타자에게도 1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18명의 타자에게 77개의 공을 던지며 안타와 볼넷 없이 삼진 7개를 잡았다. 이미 두산이 11-0으로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 투구수가 77개였고 니퍼트의 공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퍼펙트게임의 가능성이 꽤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7회초 시작과 함께 투수를 바꿨다. KBO리그에서 역대 노히트노런은 총 12회 달성됐지만 퍼펙트게임은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경기 전 니퍼트가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완벽한 투구를 해줘 승리 할 수 있었다. 6회 이후 본인이 무리하고 싶지 않다고 의사를 전해 교체했다”고 밝혔다.
21일 화요일 선발 등판한 니퍼트는 일요일 등판(문학 SK전) 예정이었다. 대기록은 사라졌지만 2위 NC의 추격이 거센 두산 입장에서는 에이스가 단 77개 투구로 화요일 경기를 마쳐 한 주 내내 투수 기용에 있어 가장 좋은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니퍼트는 대기록 도전을 스스로 중단했지만 리그에서 첫 번째로 10승 고지에 오르며 다승 단독 1위가 됐다.
경기 후 니퍼트는 “오늘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닌 팀원 전체가 함께 이룬 두산의 승리였다”고 말했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