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있었기에 웃을 수 있었다… ‘골프 퀸’ 박성현의 울림

입력 2016-09-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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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은 아마추어 시절 겪은 긴 슬럼프와 교통사고, 투어 데뷔 후 눈앞에서 놓친 우승 등 자신에게 찾아온 다양한 시련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하나로 극복해내며 강철 같은 멘탈을 얻었고 결국 KLPGA투어의 1인자로 우뚝 섰다. 사진제공|KLPGA

■ 3년만에 무명서 KLPGA 지존으로…박성현의 모든 것

아마 시절 긴 슬럼프와 교통사고
프로 데뷔 후엔 눈앞서 놓친 우승
꿈을 향한 신념으로 우뚝 선 1인자
한화금융대회서도 강한 멘탈 증명



“사람들이 너는 꿈을 이룰 수 없다고 해도 실망하지 마. 그들은 너에 대해서도 네 꿈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야.너만 네 자신을 믿으면 돼. 너만 흔들리지 않으면 돼.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바로 네 생각이야.”

박성현이 SNS에 올린 자신을 향한 주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박성현(23·넵스)의 시대다. 상금, 다승, 최저타수, 대상 등 모든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여왕 등극을 예약해 두고 있다. 박성현은 3년 전, 프로로 데뷔할 당시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여자프로골프투어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가장 강력한 지존이 됐다. 박성현을 여왕으로 이끈 힘은 무엇일까.


● 시련으로 단련된 강한 멘탈

2년 동안 드림(2부)투어에서 생활한 뒤 2014년 정규투어로 올라온 박성현은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신인이었지만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 등 이른바 ‘95년생’ 동갑내기들에 밀렸다.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상금랭킹 34위에 머물면서 평범한 선수에 그쳤다. 그러나 1년 만에 모든 평가를 깼다. 2015년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거둔 뒤 박성현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그해에만 3승을 거두며 전인지에 이어 2인자가 됐고, 2016년 마침내 그린을 평정하는 1인자가 됐다.

박성현이 1인자로 등극하기까지는 숱한 시련을 딛고 일어선 강한 정신력이 있었다. 박성현은 유난히 많은 불운을 겪었다. 고교 2학년 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1년 만에 반납했다. 이상하게 국가대표가 된 이후 슬럼프가 찾아왔다. 곧 프로무대로 눈을 돌렸다. 쉽게 될 줄 알았던 프로의 길에서도 예상치 못한 불운들이 찾아왔다. 프로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012년 프로가 돼 드림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갑자기 맹장수술을 받는 바람에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됐다. 어쩔 수 없이 1년을 더 2부투어에서 생활해야 했다.

2014년 어렵게 정규투어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불운이라는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열린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첫 우승 앞에서 긴장한 박성현은 역전패하며 좌절을 맛봤다. 계속된 시련으로 보통의 선수라면 스스로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러나 박성현은 자신에게 찾아온 시련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며 정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승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우승을 놓친 지 불과 2주 만이었다.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거두면서 긴 잠에서 깨어났다. 그 뒤 3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박성현은 머지않아 자신의 전성시대가 찾아올 것을 예고했다.



● “1인자답지 못하다” 수난을 우승으로 극복

2016년 박성현은 천하무적이 됐다. 시발점은 작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이다. 박성현은 국내여자골프의 1인자를 지낸 김효주를 상대로 우승 경쟁에 나섰다. 박성현이 상대하기에 김효주는 너무 강했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갔다. 박성현은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박성현은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트로피를 쓸어 담았다. 삼천리 투게더오픈과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까지 4경기에 나와 전승을 거뒀다.

잘 나가던 박성현에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8월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 2라운드 경기 도중 급작스레 기권을 하면서 그의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자신의 부상이 아닌 캐디의 부상으로 인해 경기 기권을 선언한 행동은 국내를 대표하는 선수답지 못했다며 질타를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한화금융클래식 3라운드에서는 늑장플레이로 벌타를 받기까지 했다. 늑장플레이는 경쟁하는 상대 선수의 경기에 방해를 주는 행동이다. 이 행동 역시 1인자답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성현은 자신에게 찾아온 수난을 우승으로 극복했다. 한화금융클래식에서 마지막 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어떤 위기와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과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가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강철 같은 정신력과 멘탈이 없으면 불가능한 우승이었다.

박성현은 스스로에게 주문하고 있다. “나태하면 안 된다”며 끊임없이 채찍질 하고 있다.

“사람들이 너는 꿈을 이룰 수 없다고 해도 실망하지 마. 그들은 너에 대해서도 네 꿈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꿈을 이룰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너야. 너만 네 자신을 믿으면 돼. 너만 흔들리지 않으면 돼.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바로 네 생각이야.”

박성현이 SNS에 올려놓은 자신을 향한 주문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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