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허프-두산 니퍼트(오른쪽). 스포츠동아DB
그날 최 위원은 KIA 덕아웃 뒤쪽 복도 끝에서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던 LG 좌완 투수 데이비드 허프(32)와 마주쳤다. 마침 곁을 지나가던 최 위원의 친구 박용택이 “허프~ 형님이야 인사해”라고 하자 허프는 양손을 모으고 90도로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그리고 “당신을 잘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만나서 큰 영광이다”고 말했다.
최 위원도 반가워하며 덕담을 나눴다. 짧은 만남을 마치고 최 위원은 “시카고 컵스나 LA 다저스에서 오래 뛴 선수가 아닌데 날 알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고마웠다. 매우 예의 있고 기품이 느껴지는 선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허프는 시즌 중반 LG에 입단했지만 빠르게 팀과 화학적으로 하나가 됐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준수한 허프는 타국에서 투수 특유의 고독함에 빠져있을 법도 하지만 자신을 먼저 낮추며 다가갔다. 종종 경기 중에는 격한 세리머니로 동료들에 힘을 준다.
허프는 극단적인 투구로 KBO리그의 상식을 뒤엎고 있다. 허프의 직구는 90%가 몸쪽이다. 체인지업은 좌타자 우타자 가리지 않고 바깥쪽이 대부분이다. 간간히 커브를 던지지만 그 비율은 높지 않다. KBO타자들은 커트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제3의 변화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지만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절묘하게 활용하는 능력은 약점을 모두 지우고도 남는다.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는 두산 더스틴 니퍼트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허프가 LG의 에이스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면 니퍼트는 지난해 가을야구를 완전히 지배하며 팀에 우승을 안겼다.
니퍼트는 클럽하우스에서 꼭 필요할 때 투수들을 집합시킬 정도로 한국선수들과 완전히 동화됐고, 고참 대접을 받는다. 니퍼트 역시 꽤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고 한국에 왔다. 그리고 KBO리그에 적응하기 위해 슬라이더를 더 가다듬으며 최고의 투수가 됐다.
허프는 아직 KBO리그에서 올린 성과가 니퍼트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단시간에 팀의 확실한 에이스가 된 점, 그리고 국적을 뛰어 넘어 한 팀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 깊은 공통점이 있다. 물론 허프가 극단적인 투구 방법으로 얼마나 KBO를 지배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