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안방을 지키며 팀의 미래임을 증명하고 있는 포수 유강남의 부친 유신용씨(왼쪽)는 아들에 대해 “아들이 집에서도 항상 야구 공부를 정말 많이 한다”고 말했다. 17일 잠실구장을 찾은 유씨와 부인 오정숙씨.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런 신예포수를 응원하는 중년의 신사가 17일 잠실구장을 조심스레 찾았다.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을 관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유강남의 아버지 유신용(60)씨. 고교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유씨는 부인 오정숙(60)씨와 함께 구장을 찾아 아들과 같은 공간에서 가을야구를 만끽했다. 부모는 인터뷰 도중 아들이 기자실 TV중계 화면에 잡힐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다.
유강남은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부모는 많아야 한 달에 1~2번 잠실구장을 찾았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 유씨는 “경기장에 자주 오는 편이 아니다. (유)강남이도 부담스러워하고, 우리 역시 불안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머니 오씨 역시 “아들이 실수하면 어쩌나 늘 걱정이다. 특히 자리가 포수이니까 아들 때문에 팀이 지면 어떡할까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부모의 눈으로 보는 아들은 어떤 야구선수일까. 유씨는 “아들 자랑일지 몰라도 야구 공부를 정말 많이 한다. 어제(16일) 인터뷰 때 새벽 3시에 잤다고 하던데 집에서도 늘 그렇다”고 설명했다. 유씨가 언급한 야구 공부는 모니터링. 밤새 녹화 화면을 돌려가며 분석을 마쳐야 잠자리에 든다는 것이 아버지의 이야기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유강남이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부모의 제안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유강남의 학창시절 부모는 맞벌이를 하느라 아들은 밤늦게까지 홀로 놀이터를 지켰다. 결국 부모는 아들에게 야구라는 운동을 제안했고, 유강남이 흔쾌히 받아들여 지금에 이르렀다.
아버지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은 사라진 경기상고 야구부에서 유씨는 1루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유씨는 아들에게 기술적인 조언 대신 인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유씨는 “선후배 관계, 야구부 생활 등 선수로 활동할 때 필요한 조언을 주로 한다”며 “진로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과 프로 사이에서 고민할 때 아들에게 전권을 맡겼다”고 전했다.
유강남의 이름에 관한 비화도 털어놓았다. 유씨는 “강남이 친할아버지께서 직접 이름을 지어주셨다. 강 강(江), 남녘 남(南). 말 그대로 강남이다”라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유씨 가족이 강남에 거주한 적은 없다. 유강남은 강남 지역에 위치한 휘문중과 서울고를 나왔지만 모두 강북구 미아동에서 등하교를 하며 꿈을 키웠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유강남이 선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벤치에서 대기한 경기였다. 아들의 결장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부는 손사래를 쳤다.
“어휴, 그런 것 전혀 없습니다. 오늘 선발이 아니니까 정말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