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준성-모비스 주긴완(오른쪽).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암투병 아버지께 성공한 아들로 웃음을 전해드리겠다”
홍콩서 19세 때 농구 시작한 주긴완, 극적으로 모비스행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자랑스러운 손자로 보답하겠다”
올해 남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는 사상 최초로 지명권 순위 추첨(10월 3일)과 실제 지명(10월 18일)을 분리해 진행했다. ‘빅3(이종현·최준용·강상재)’를 포함해 대학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15명 안팎의 지명순위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반면 각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사전에 거론되지 않은 선수들은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현장에서 자신의 취업 여부를 두고 마음을 졸였다.
지명자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2라운드 9순위로 SK에 뽑힌 김준성(24·177㎝)이었다. SK 문경은 감독의 호명을 받고 단상에 선 그는 눈물을 흘렸다.
김준성은 2년 전 명지대를 졸업하면서 드래프트에 참가했다가 낙방한 경험이 있다. 취업에 실패한 그는 2년간 장례식장 직원, 카페 아르바이트, 유소년농구 강사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모교 명지대에서 7개월간 코치 생활을 했다. 그러나 농구선수로서의 갈증이 풀리지 않았다. 올 5월 박성근 전 성균관대 감독이 이끄는 실업팀 놀레벤트의 선수 모집에 응모해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놀레벤트는 11일 천안 단국대 체육관에서 벌어진 제97회 전국체전 남자농구 8강전에서 연세대를 91-84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김준성은 “그동안 실패자로 살아가면서 설움을 많이 받았다. 눈치 보면서 운동해왔다. 항암치료를 받고 계신 아버지를 보면서 의지를 다졌다. 아프신 아버지께 성공한 아들로서 웃음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부친은 아들의 지명 소식에 병원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마지막 순번(4라운드 10순위)에 모비스의 부름을 받은 주긴완(26·192㎝)도 또 하나의 휴먼 스토리로 감동을 안겼다. 홍콩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9세 때 홍콩에서 농구를 처음 시작했다. 그에게 농구선수의 꿈을 심어준 이는 올해 은퇴한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였다. 주긴완은 “코비가 홍콩을 방문했을 때 운 좋게 행사에서 1대1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코비가 너무 멋있어서 농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농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할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때 할머니의 유언이 ‘할머니의 나라에서 농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한국에서 농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한국식 훈련도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주긴완은 성공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는 “한국농구를 배우면서 모비스 유재학 감독님의 농구를 동경해왔다. 모비스 훈련이 힘들다고 하지만, 이겨낼 것이다. 꼭 성공해서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자랑스러운 손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동경하는 팀에 지명돼 너무 기쁘다. 나를 지명한 유 감독님께 꼭 보답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올해 남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의 또 다른 키워드는 ‘휴먼스토리’였다.
잠실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