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세혁(26). 스포츠동아DB
두산 박철우(52) 타격코치는 이번 한국시리즈(KS)가 유독 남다르다. 현역시절 해태에서 숱한 가을야구를 치렀고, 1989년엔 KS MVP까지 차지한 경험이 있지만 올 KS는 벅찬 마음이 더욱 크다. 이유는 하나. 아들 박세혁(26)과 시리즈를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시즌 전부터 둘의 만남은 화젯거리였다. 2015시즌부터 두산 타선을 지도한 박 코치와 지난해 말 상무에서 재대한 포수 박세혁이 처음 1군 무대에서 만난 때가 바로 올해였다. 부자(父子)가 한 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는다는 사실 때문에 둘은 스프링캠프부터 이야깃거리를 몰고 다녔다. 만남은 가을야구까지 이어졌다. 박 코치는 두산 타선을 팀타율 1위(0.298), 팀홈런 1위(183개)로 끌어올리며 정규리그 우승에 일조했고, 박세혁은 선배포수 양의지의 부상 공백을 틈틈이 메우는 활약으로 KS에 합류하게 됐다.
부자가 함께 맞이한 가을야구는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에 박 코치는 “어차피 우리는 코치-선수 사이”라면서도 “사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뿌듯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 “(박)세혁이가 KS 엔트리에 들지 못했으면 안타까웠을텐데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타격코치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 코치는 “세혁이가 상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는 해도 2군과 1군을 다르다”며 “본인도 올 시즌 이러한 부분을 느끼며 많은 생각을 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박 코치는 아들이 타격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타격폼 수정을 손수 돕기도 했다.
그러나 코치와 선수의 관계가 집안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박 코치는 “집에서는 야구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서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이어 “아들한테는 집에서 ‘밥 먹자’는 소리만 한다”고 웃었다.
만약 두산이 KS 우승을 차지한다면 부자가 함께 우승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박 코치는 이 같은 이야기에 살며시 웃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마쳤다.
“우승하고 나면 아들과 포옹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기념으로 사진도 한 장 남기구요.”
마산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