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FA 제도 도입 18년째…FA로 풀어보는 경제학

입력 2016-11-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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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삼성과 FA 계약한 박진만-심정수(오른쪽). 스포츠동아DB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KBO리그에 도입된 지 올해로 18년째다. 첫 해였던 2000년 FA 자격을 얻은 5명의 선수가 기록한 총액은 24억5000만원. 그러나 불과 17년 만에 금액은 약 32배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은 21명의 몸값 총액은 무려 766억2000만원이었다. 올해는 15명이 FA 자격을 행사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6명이 줄었지만 ‘몸값’은 지난해 못지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던 ‘100억원 FA’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롯데와 75억에 계약한 강민호. 스포츠동아DB



● 나날이 올라가는 연도별 FA 개인 최고액

FA 제도가 도입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FA자격을 행사한 선수는 171명이었다. 이들에게 총 3546억6300만원의 돈다발이 풀렸는데, 이중 지난해 FA 선수들이 약 5분의1(766억2000만원)을 가져갔다. 물론 올해는 FA 신청서를 낸 선수가 21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FA 선수 개개인을 살펴보면 연도별 FA 개인 최고액과 더불어 최고총액까지도 넘볼 수 있다.

FA 첫 해 최고액은 2000년 포수 김동수와 해태 이강철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8억원(3년)이었다. 지금은 ‘초소형FA’라고 할 정도로 적은 금액이지만, 당시 8억원은 80억원에 버금가는 큰 금액이었다. 삼성과 김동수의 계약소식이 전해지자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여론이 강하게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듬해부터 FA 몸값은 수직 상승했다. 2001년 홍현우(LG)와 김기태(삼성)가 8억원에서 무려 10억원이 오른 18억원에 사인을 했고, 불과 4년만인 2005년 심정수(삼성)가 4년 60억원이라는 대형 FA계약을 체결했다. 60억원은 2014년 강민호가 롯데와 75억원에 사인하기 전까지 9년간 깨지지 않았던 엄청난 액수였다. 그러나 절정일 것 같았던 강민호 이후 FA 몸값은 나날이 상승해갔다. 2015년 최정이 86억원에 SK에 잔류했고, 2016년에는 박석민이 96억원에 NC로 이적했다.



● FA ‘100억원’의 벽, 올해 깨지나

FA 몸값이 아무리 올랐어도 아직 깨지지 않는 벽이 있다. 바로 100억원이다. 그러나 올해는 시장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김광현(SK) 양현종(KIA) 차우찬(삼성) 최형우(삼성) 황재균(롯데) 등 대형FA들이 줄줄이 시장에 나오면서 ‘100억원부터 몸값이 시작한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국내에 잔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금액은 천정부지로 솟을 수 있다.

비단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5명의 몸값만 해도 500억원인데, 준척급FA로 불리는 우규민 봉중근(LG) 나지완(KIA) 김재호 이원석(이상 두산) 이진영(kt) 등이 시장에 나와 총액이 올라갈 수 있다. 이들의 계약이 끝나면 18년간 FA 총액은 4000억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FA시장에는 대형 스타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명(明)’이 있으면 ‘암(暗)’이 있기 마련.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FA에 성공한 선수들이 있는 반면 FA를 신청하고도 최소액으로 자존심을 구긴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프로생활을 이어온 이들에게 ‘FA’는 자격을 행사하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됐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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