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그들을 말한다] (8) “기술조언 엄금” 넥센 심재학 수석코치의 ‘그림자론’

입력 2017-01-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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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심재학 코치는 올해부터 수석코치로 새롭게 출발한다. 2009년부터 8년간 타격·주루·수비코치를 맡아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힘썼다면, 올해부터는 감독과 선수, 코치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도와야 한다. 스포츠동아 DB

프로야구에서 수석코치는 감독의 조력자다. 감독의 지도 방침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령탑과 선수, 담당 코치 사이의 메신저가 돼야 한다. 기술보다는 멘탈(정신력)에 신경 쓸 일이 많다. 이는 오랫동안 각 분야 담당코치로 일하다 수석코치가 된 지도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넥센 심재학(45) 코치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타격·수비·주루 담당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다 장정석(44) 신임 감독의 부임에 맞춰 처음 수석코치를 맡게 됐다. 처음 맡는 보직에 대한 부담이 클 법한데도 철학이 확실했다. “이제는 감독님과 같은 시야로 야구를 봐야 한다. 선수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감독님이 야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장 감독이 “나와 심재학 수석코치의 두 눈을 각각 더해 4개의 눈으로 팀을 지휘하고 싶다”고 한 이유가 있었다.


● 넥센 잔류 택한 이유, 끈끈한 정과 고마움

2016시즌이 끝난 뒤 넥센 코칭스태프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염경엽 전 감독이 사퇴하고, 장 감독이 부임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1군 코치 4명(이강철·손혁·박철영·정수성)과 결별했다. 쉽게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던 심 코치는 고민 끝에 수석코치로 새롭게 출발하기로 했다. 지도했던 선수들이 눈에 밟혔고, 팀에 대한 고마움이 가슴속 깊이 자리 잡고 있어서였다. 타격코치 시절에도 타자들의 멘탈 강화에 큰 도움을 줬던 터라 수석코치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심 코치는 “넥센에는 보이지 않는 끈끈한 정이 있다. 선수들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은퇴하고 방황하던 시기에(2008시즌 직후) 나를 코치로 받아준 팀이기에 고마움이 굉장히 컸다. 타 구단의 제안도 있었지만, 이 팀(넥센)이 좋고 끌려서 남은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와 다른 시선으로 선수들을 바라봐야 한다. 신경 쓸 부분도 더 많아졌다. 과거에는 주된 임무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었다면, 이제는 관리가 우선이다. 장 감독이 “여러 가지를 심 코치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심 코치를 잘 알고 있어서다.

심 코치와 장 감독은 현역 시절 현대(2000시즌)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했다. 심 코치가 히어로즈 코치로 부임한 이후 장 감독은 쭉 운영팀장과 1군 매니저로 일했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이다. 심 코치는 “감독님이 운영팀장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감독님은) 누구보다 구단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과거에는 내가 맡은 부분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감독님을 도와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담당 코치들의 의견을 정확히 감독님께 전하는 것도 내 몫이다. 선수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고 했다.

넥센 심재학 코치. 스포츠동아DB



● “기술 조언 엄금”에 담긴 심재학의 메시지

심 코치는 이미 수석코치직을 수행할 준비를 완벽히 마친 상태였다. 8년간 선수들의 기술지도에 힘쓰면서 “코치님 덕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그다. 넥센 타자들은 슬럼프에서 벗어나거나,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을 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심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그가 수석코치로 부임한 올해부터는 그럴 일이 없을 듯하다. 심 코치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선수가 직접 다가와서 조언을 구해도 담당 코치와 얘기하게 해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을 수석코치가 조언하면 안 된다. 앞으로는 내가 아닌 담당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어야 한다. 내가 선수들로부터 ‘수석코치님 덕분이다, 수석코치님이 최고다’와 같은 말을 들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고마움의 표현도 내가 아닌 담당코치에게 하게끔 만드는 것이 수석코치의 역할이다. 그래야 담당코치들의 권위도 선다. 수석코치가 나서는 것은 담당코치들에 대한 월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심 코치가 강조한 수석코치의 또 다른 덕목은 참을성이다. 수석코치는 선수들이 조언을 구할 때도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답답한 부분이 있어도 선수들에게 직접 얘기해선 안 된다. 나는 말 그대로 그림자가 돼야 한다. 간섭이 아닌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이 잘돼야 현장 분위기도 좋아진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선 절대 내가 나서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지도자로서 가장 힘든 것이 참는 것이다. 선수들이 직접 다가와 조언을 구할 때까지 참는 것이 쉽진 않다. 하지만 선수들이 정말 필요할 때 도와주는 것만큼 좋은 약이 없다”며 “우리 코치들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 팀 내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것이 ‘내가 그 선수를 키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코치가 선수를 키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단지 선수가 성장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는 것이다. 특히 신인 선수들의 메카닉에 대해선 본인이 판단하기 전까진 절대 먼저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팬 여러분, 감독님 걱정 마세요”

장 감독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초보 감독’이다. 넥센의 1군 매니저와 운영팀장으로 오랫동안 일했지만, 지도자 경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심 코치는 이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장 감독님은 야구인 출신이고, 운영팀장과 매니저로 일하면서 여러 감독님을 도와주신 분이다. 절대 지도자 경험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현장 스태프들이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도 도움을 주셨다. 실제로 나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팬들의 우려를 불식할만큼 야구 지식이 풍부하신 분이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인터뷰 말미에 심 코치는 “정말 정답이 없는 것이 야구”라고 했다. 박병호(미네소타), 강정호(피츠버그) 등의 빅리거들을 지도했고, 성과를 내면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생각할 것이 많다는 의미였다. 그는 “타격코치로 오랫동안 일했지만, 누군가에게 ‘이것이 정답’이라는 말은 못 한다. 그래서 야구가 더 어려운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 넥센 심재학 수석코치


▲생년월일=1972년 10월 18일

▲출신교=영중초~충암중~충암고~고려대

▲키·몸무게=183cm·98kg(좌투좌타)

▲프로선수 경력=LG(1995~1999년)~현대(2000년)~두산(2001~2003년)~KIA(2004~2008년)

▲프로통산 성적=1247경기 타율 0.269(3704타수995안타), 149홈런, 622타점

▲지도자 경력=넥센 2군 타격코치(2008¤2011년)~넥센 1군 외야수비코치(2012년)~넥센 1군 작전·주루코치(2013¤2014년)~넥센 1군 타격코치(2015~2016년), 넥센 1군 수석코치(2017년~)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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