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권창훈이 프랑스 1부리그 디종으로 이적하며 유럽파 대열에 합류한다. 독일 분데스리가로도 떠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조건을 먼저 제시한 디종 이적을 결심한 그는 프랑스 현지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뒤 계약서에 사인할 예정이다. 스포츠동아DB
18일 메디컬테스트 위해 출국
드디어 유럽의 길이 열렸다. 한국축구의 ‘차세대 에이스’ 권창훈(23)이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을 떠나 프랑스 리그앙(1부리그) 디종FCO 유니폼을 입게 됐다<스포츠동아 1월 12일 단독 보도>. 디종과 수원이 18일 새벽(한국시간) 모든 절차를 마치고 이적에 합의했다. 계약기간은 3년 6개월, 이적료는 120만유로(약 15억원) 선으로 확인됐다.
2013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권창훈은 지난 4년간 클래식 109경기에 출전해 22골·9도움을 올렸다. 수원 유스 출신 1호 유럽리거로 이름을 올린 그는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등을 거쳐 국가대표팀에서도 꾸준히 실력을 뽐냈다.
디종의 레이더망에 권창훈이 포착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유럽무대 진출을 타진해온 터라 주요 리그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권창훈의 존재를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이 열리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시즌 수원을 FA컵 정상으로 이끌며 마음이 한층 여유로워진 권창훈은 연말 유럽 주요 클럽들과 접촉을 재개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답이 왔다.
디종과 파리 생제르망의 경기장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디종에선 연봉 10만유로에 ‘선 임대-후 이적’을 제시했다. 당시 수원은 “사실상 무상임대였다. 디종이 선수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며 거부 의사를 전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디종은 포기하지 않았다. 권창훈측과 꾸준히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분데스리가에선 여전히 구체적 조건을 보내오지 않은 반면, 디종에서 이달 10일 무렵 기존 입장을 바꿔 ‘완전 이적’을 제안했다. 100만∼120만유로의 이적료로 오갔다. 수원 선수단이 전지훈련지인 스페인 말라가로 출국하기 하루 전인 12일 큰 틀에서 1차 합의가 이뤄졌다. 권창훈은 동료들과 동행하지 않고 국내에 남아 디종과의 협상 상황을 지켜본 뒤 프랑스로 건너가기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엿새 만인 18일 오전 출국길에 올랐다. 현지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계약서에 서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사실 권창훈은 디종 이적을 잠시 망설였다. 독일행의 희망도 아직 열려있는 데다, 디종이 하위권에서 강등경쟁을 펼치고 있어서였다. 그러나 금세 마음을 고쳐먹었다. 도전의 가치는 충분했다. 디종의 강등권 탈출에 힘을 보태는 것도 큰 소득이라는 가족과 지인들의 조언을 새겨들었다. 권창훈은 입단 절차가 마무리되면 22일 디종과 릴의 리그앙 21라운드 홈경기를 관전한 뒤 다음주부터 팀 훈련에 합류할 계획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