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전79기 박보미 ‘무명의 반란’

입력 2017-07-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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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미. 사진제공|KLPGA

■ KLPGA 금호타이어오픈 정상

연장 접전 끝에 데뷔 6년 만에 첫 우승
“마지막 버디 퍼트에 골프 인생 걸었죠”


첫 우승을 향한 무명들의 경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데뷔 6년 동안 우승이 없었던 박보미(23)와 이지후(24)에게 우승은 절박했다. 상금보다는 내년 시즌에도 계속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시드가 걸려있기에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박보미와 이지후는 9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웨이하이포인트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금호타이어여자오픈(총상금 5억원) 마지막 날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대결을 펼쳤다. 정규 3라운드까지 나란히 합계 6언더파 210타를 기록하며 서든데스 방식의 연장에 돌입했다.

박보미와 이지후는 2012년 점프(3부)투어를 통해 프로활동을 시작했다. 박보미는 2014년 정규 투어에 올라와 올해 4년차이고, 이지후는 올해 처음 정규 투어에 데뷔했다. 둘 다 크게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박보미는 지난 3년간 해마다 시드순위전을 치러야 할 정도로 부진했다. 2014년 상금랭킹 84위(2667만7000원), 2015년 82위(4312만1667원), 2016년 89위(4596만7500원)에 그쳤다. 이번 대회 전까지 상금순위도 77위였다. 이지후는 66위로 근소하게 앞서있었지만, 60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시즌 출전권을 획득하려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번 대회는 둘 모두에게 기회가 됐다. 중국에서 펼쳐지는 까닭에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우승을 경험한 모든 선수가 불참했고, 상금랭킹 20위 이내 중 고작 2명만 출전했다. 그만큼 중하위권 선수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우승 기회가 만들어졌다.

결국 박보미가 연장에서 활짝 웃었다. 2온 2퍼트로 파를 잡아내며 이지후를 꺾고 정규 투어 79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우승으로 2년간 정규 투어 출전권을 움켜쥐었고, 상금랭킹은 19위(1억2737만7321원)까지 치솟았다. 우승상금 1억원은 지난 3년간 벌어들인 상금 1억1573만6167원에 맞먹는다. 3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버디 퍼트를 꼭 성공시켜야 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던 박보미는 “골프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쳤다”며 간절했던 우승 열망을 드러냈다.

이지후는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준우승 상금 5750만원을 받아 상금랭킹을 30위(9197만8333원)까지 끌어올렸다.

중국여자골퍼들의 ‘공한증’은 이번에도 지속됐다. KLPGA 투어는 2006년 오리엔트차이나레이디스오픈(신지애 우승)을 시작으로 중국여자골프협회와 공동주관대회를 개최해왔다. 이번까지 총 20차례 대회에서 모두 한국선수들이 우승했다. 안송이(27)가 3위(합계 5언더파 211타)에 올랐고, 우승을 넘봤던 펑산산(중국)은 이날 1오버파 73타에 그치며 공동 4위(합계 4언더파 212타)로 내려앉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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