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4년 총액 80억에 FA 계약한 삼성 강민호의 입단식이 열렸다. 강민호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4년 총액 80억에 FA 계약한 삼성 강민호의 입단식이 열렸다. 강민호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어색할 것만 같던 유니폼은 마치 제 옷인 마냥 품에 딱 맞아 떨어졌다. 새로 배정받은 라커룸에는 등번호 47번과 자신의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가 지켜야 할 곳은 더 이상 거인 군단의 홈이 아니다. 이제는 사자군단의 안방마님, 강민호(32)의 얘기다.

강민호는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공식 입단식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적 후 처음으로 나선 공식 석상,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김동환 대표이사와 김한수 감독으로부터 유니폼과 모자를 전달받았다. 강민호는 “어제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유니폼을 입고 나니 이제야 내가 ‘삼성맨’이 되었다는 걸 느낀다. 새로 출발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입단 소감을 전했다.

그에겐 아직 새 구장과 대구의 분위기가 낯설었다. 그러나 어색한 공기 속에서도 뚜렷하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밝혔다. 그에겐 준비해온 이야기가 있었다. 삼성은 강민호를 데려오면서 중심타선 화력 증강을 노리고 있다. 이승엽의 은퇴로 당장 거포 자원 한명이 빠졌기에 강민호로 그 공백을 메울 심산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다. 강민호가 지명타자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3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4년 총액 80억에 FA 계약한 삼성 강민호의 입단식이 열렸다. 강민호가 김한수 감독으로부터 모자를 받은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4년 총액 80억에 FA 계약한 삼성 강민호의 입단식이 열렸다. 강민호가 김한수 감독으로부터 모자를 받은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강민호는 이 부분에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포수 강민호다. 삼성의 홈을 지키기 위해 이 곳에 왔다. 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내가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출전한다면 그 만큼 팀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본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타격에 대한 목표는 아예 세우지도 않았다. 수비에서 포수 역할에 집중하겠다. 삼성에는 좋은 타자들이 많다. 나 말고도 지명타자를 할 선수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몸소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하늘같은 선배의 불호령도 거침없이 공개했다. 강민호는 “진갑용 코치님이 내 전화를 안 받으시더라. 선수단 모임에서 만났는데, 간단하게 ‘캠프 때 죽었어’라고 한마디 하셨다. (포수로서) 코치님께 또 잘 배우겠다”며 익살스러운 웃음을 남겼다. 삼성의 안방을 지키기 위한 그의 의지는 첫 인사부터 꽤나 강렬했다.

대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