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 마지막 완봉승의 기억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 박동희는 2차전 상대였던 삼성 라이온즈를 꽁꽁 묶은 뒤 이를 발판으로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불펜야구가 득세하면서 포스트시즌에선 점차 선발승이 귀해지고 있다. 한 발 더 들어가면 완투·완봉승은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다. 준PO로 한정하면 지금까지 완투승은 총 5회, 완봉승은 총 3회에 불과하다. 완투승 횟수에는 완봉승도 포함된다.
먼저 완봉승. 준PO에서 3차례뿐인 이 기록도 1990년대 초반까지다. 1989년 10월 8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1차전(인천) 때 태평양 돌핀스 잠수함투수 박정현이 처음 작성했다. 이어 롯데 염종석과 박동희가 1992년 9월 25일 사직 1차전, 26일 대구 2차전에서 삼성을 상대로 이틀 연속 완봉승을 신고했다.
박정현은 연장 14회까지 무려 173개의 공을 던지며 8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연장 14회말 2사 2·3루서 터진 김동기의 포스트시즌 사상 첫 끝내기홈런이 아니었더라면 빛이 바랠 뻔한 혼신의 역투였다. 박정현의 완봉승과 김동기의 끝내기홈런을 앞세워 사상 최초의 준PO 경기에서 3-0으로 이긴 태평양은 2차전 3-4 패배에 이어 3차전에서 또 다시 연장 10회 2-1 승리를 챙기고 PO 진출에 성공했다.
염종석은 5안타 5탈삼진, 박동희는 5안타 7탈삼진으로 삼성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가을야구 초유의 이틀 연속 완봉승을 앞세워 2연승으로 준PO를 통과한 정규시즌 2위 롯데는 PO와 한국시리즈에서 각각 2위 해태 타이거즈와 1위 빙그레 이글스를 3승2패, 4승1패로 따돌리고 8년 만에 다시 정상에 등극했다.
완봉승을 제외한 두 차례의 준PO 완투승은 2005년 한화 문동환, 2011년 KIA 타이거즈 윤석민이 경험했다. 상대팀은 모두 SK 와이번스였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