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실내체육관.
소수의 힘 있는 사람들이 양복을 입고 점잔을 빼며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던 곳으로만 인식되던 자리가 V라운지라는 산뜻한 공간으로 바꿨다. 기존의 칙칙한 가죽의자를 대신해 캐주얼한 느낌의 의자 10개가 자리했다. 이곳은 스페셜 좌석으로 판매됐다. 바닥은 잔디를 연상시키는 카펫을 깔아 고급스러움을 줬다. 당연히 돈을 내고 입장한 관중이 사용할 수 있다. 탈권위와 과도한 의전의 퇴출은 V리그가 진정한 프로스포츠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버려야 할 구습이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대부분의 구단과 경기장이 차츰 이를 인식하고 동참하는 것이 보여 만족스럽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코트바닥이었다. 현대건설의 상징색인 연두색으로 단장했다. 주위의 코발트색 바닥과 어울려서 신선한 느낌을 줬다. 컬러마케팅을 도입한 현대건설은 새 코트를 위해 9000만 원을 투자했다. 수원실내체육관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한국전력도 도왔다. 현대건설과 협의해 이번 시즌 동안 일정한 액수의 사용료를 내고 새로운 코트를 함께 이용하기로 했다. V리그도 조만간 코트바닥만 보면 어디 구장인지 쉽게 아는 시대가 올 것 같다.
하지만 문제점도 보였다. 전위 플레이어의 공간인 프론트 존과 후위 플레이어의 공간인 백 존이 같은 색깔이었다. 자칫 경기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20일 화성에서 개막전을 열었던 IBK기업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컬러마케팅을 도입해 코트바닥을 회사의 고유색으로 바꿨지만 프론트 존과 플레이가 벌어지지 않는 프리 존의 색깔이 구분되지 않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로컬룰로 구단에 많은 재량권을 준 덕분에 새로운 시도는 환영할 일이지만 자칫 지나치게 형식과 모양에 치우지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그의 수준 높은 경기와 정확한 판정, 깔끔한 경기운영이다. 그래서 전문가의 수준 높은 시선과 꼼꼼한 체크, 주위의 다양한 조언이 필요한 것이다.
수월실내체육관의 변화는 또 있다. 모든 경기장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은 LED 전광판이 도입됐다. 천장의 LED조명도 지난해 새로 설치돼 경기장이 훨씬 밝아졌다. 다만 이제는 밝기에만 신경 쓰지 말고 조명의 농도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영상으로 보여주는 V리그의 멋진 모습을 위해서는 밝기와 함께 색상의 농도도 고려해야 한다. 프로농구(KBL)는 일찌감치 이를 알고 모든 경기장의 색 농도를 체크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NBA의 많은 경기장을 답사하고 꼼꼼히 체크해서 배운 것이다. 경쟁상대가 잘하는 것은 빨리 따라서 배우면 된다. 그것이 벤치마킹이다.
수원|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