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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프로스포츠를 ‘셧다운’했다. KBO는 이 시국을 1982년 출범 이래 최대 위기로 인식했다. 그리고 현명한 대처로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야구종주국’ 미국에서도 KBO리그의 콘텐츠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더는 야구 변방이 아니다.
미국 최대 스포츠채널 ESPN 관계자는 최근 KBO에 중계 의사를 전했다. KBO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협상안이 오고간 상황은 아니다. 의사를 타진한 정도”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MLB)는 스프링캠프 도중 엄습한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정을 멈췄다. 그런 가운데 KBO리그는 꾸준히 자체 청백전 일정을 소화해왔고, 21일부터 팀간 연습경기에 돌입한다. MLB닷컴, CBS스포츠 등 유력 매체들은 KBO리그에 꾸준히 주목해왔다. ‘피칭 닌자’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미국 투수분석가 롭 프리드먼은 18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날 청백전서 4이닝 7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선보인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을 조명하기도 했다.
미국은 MLB는 물론 4대 프로스포츠가 모두 멈췄다. 현지 방송사도 콘텐츠 기근을 겪는 상황에서 KBO리그는 좋은 대안이다. 국내 방송사와 협상했던 중계권의 기준이 있어 염가판매는 힘들지만 ESPN의 중계를 통해 돈을 벌기보다는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 ESPN의 의지만 있다면 협상과정 자체가 어려울 공산은 낮다.
KBO리그 현장에서도 반기는 눈치다. 수도권 A팀 단장은 “일부 팬들이 KBO리그 수준을 이유로 중계를 우려하지만 MLB만큼의 높은 퀄리티가 아니라도 콘텐츠로서 가치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현지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녹화방송으로 현지시간에 맞춰 꾸준히 중계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여의치 않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정도로만 편성되더라도 한국야구에는 기념비”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콘텐츠 다양화를 노리는 KBO의 계획과도 맞아떨어진다. KBO는 21일부터 진행되는 팀간 연습경기에서 경기 중 감독 인터뷰를 시험할 예정이며 심판, 주루코치들에게도 마이크를 채운 뒤 이를 하이라이트 등으로 활용할 참이다. 경기 중 인터뷰는 MLB에서도 익숙한 풍경이지만 심판이나 주루코치의 음성은 미국 팬들도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낯선 풍경이 흥미를 자극한다면 ‘콘텐츠’로서 KBO리그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