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1사 1,2루 키움 이정후가 끝내기 안타를 치고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경기의 가장 마지막 순간, 팽팽하던 균형을 깨거나 간발의 열세를 단숨에 뒤집는 끝내기는 홈팀에만 허락되는 짜릿한 장면이다. 끝내기를 만들어낸 뒤 물세례를 받는 선수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팬들 모두에게 잊기 힘든 추억이다.
리그 전체적으로 불펜이 헐거워진 2020시즌은 그야말로 끝내기의 시대다. 역대 최다 끝내기 기록 경신이 유력한 가운데 여러 사연까지 남기고 있다.
● 지금까지 이런 끝내기 시대는 없었다!
22일까지 리그 불펜 평균자책점(ERA)은 5.28로 역대 최악 수준이다. 활짝 열린 뒷문은 벌써 51개의 블론세이브를 낳았다. 역대 최다인 178블론세이브 페이스다. 경기 막판 리드가 뒤집히는 상황이 나온다는 것은 곧 끝내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올 시즌 끝내기는 24개가 나왔다.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 시즌 약 84개의 끝내기가 나오게 된다. 종전 최다인 59개(2015·2018년)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가장 많은 끝내기를 기록한 팀은 키움 히어로즈(5개)다.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이상 4개), 롯데 자이언츠(3개)가 그 뒤를 잇는다. KIA 타이거즈는 올해 유일하게 끝내기 승리가 없는 팀이다. 반대로 가장 많은 끝내기 패배의 아픔을 겪은 팀은 KT 위즈, 롯데(이상 6개)다. 키움,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는 끝내기 패배가 없다.
지난해까지 38년 역사상 3연속경기 끝내기 패배는 2차례(2004년 롯데·2016년 삼성)뿐이었다. 그러나 올해만 벌써 2차례다. KT는 5월 10일 잠실 두산전부터 1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까지, 롯데는 6월 17일 고척 키움전부터 19일 수원 KT전까지 3연속 끝내기 패배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1사 3루 LG 정근우가 끝내기 2루타로 3-2으로 승리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누군가의 익숙함, 누군가의 낯설음
끝내기가 속출하고 있으니 자연히 다양한 이야기도 뒤따르고 있다. ‘끝내기의 사나이’ 정근우(LG)는 올해 벌써 2경기를 자신의 손으로 끝냈다. 개인통산 16개의 끝내기로 이 부문 2위 김태균(한화·11개)과 차이는 무려 5개다. 한동안 역전이 힘들 전망이다.
반대로 강진성(NC)은 5월 13일 창원 KT전에서 기록한 생애 첫 끝내기안타를 도화선으로 만든 케이스다. 대타로 나서 끝내기안타를 뽑은 뒤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려본 장면을 실현시켜 기쁘다”고 밝혔다. 이 안타로 기회를 만든 뒤 37경기서 타율 0.412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리그 유일의 4할 타자다.
한화 노태형의 끝내기는 KBO리그 불명예를 막았다. 14일 서스펜디드게임으로 치러진 대전 두산전에서 6-6으로 맞선 9회말 2사 2·3루서 좌전안타로 경기를 끝냈다. 만일 한화가 이 경기마저 내줬다면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를 넘어 KBO리그 역대 최다인 19연패 기록을 쓸 뻔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