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21분의 9’ 베이징 키즈, ‘요즘 애들’은 이렇게 무섭습니다

입력 2020-07-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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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베이징 키즈’로 불리는 젊은 선수들이 올해 KBO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주목받고 있다. 데뷔 시즌부터 승리를 맛본 KT
 소형준, 삼성 허윤동, KIA 정해영(왼쪽부터)은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대선배들과 대결에서도 웃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이른바 ‘베이징 키즈’로 불리는 젊은 선수들이 올해 KBO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주목받고 있다. 데뷔 시즌부터 승리를 맛본 KT 소형준, 삼성 허윤동, KIA 정해영(왼쪽부터)은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대선배들과 대결에서도 웃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미국 메이저리그(ML)는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곧장 데뷔할 수 없는 무대다. 루키리그부터 트리플A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검증을 마쳐야 ML 무대의 자격이 주어진다. 사실 KBO리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순수 신인의 개막 엔트리 포함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드물었다.

지금은 다르다. 당장 올해만 해도 6명의 신인이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비단 엔트리 채우기 용도가 아니다. 이들 중 최지훈(SK 와이번스), 안권수(두산 베어스), 김지찬(삼성 라이온즈), 이민호(LG 트윈스) 등 4명은 여전히 1군에서 활약 중이다.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투수들 중에는 데뷔전부터 승리를 챙기는 영예를 누린 이들이 여럿 있다. 올 시즌만 해도 소형준(KT 위즈), 허윤동(삼성), 정해영(KIA 타이거즈)이 데뷔전 승리투수의 기록을 썼다. 소형준과 허윤동은 선발로 나서 위업을 썼다. 고졸신인의 데뷔전 선발승으로는 역대 8, 9호 기록이다.

비단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KBO리그 역사상 고졸신인이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낸 것은 1991년 김태형(롯데 자이언츠)이 최초다. 그에 앞서 데뷔전 승리를 맛본 20명은 모두 대졸신인이었다. 김태형 이후로도 사례는 많지 않았는데, 2018년부터 부쩍 늘었다. 양창섭(삼성)을 시작으로 김민(KT), 성동현(LG)이 나란히 승리를 챙겼다. 2019년에는 김영규(NC 다이노스), 김이환(한화 이글스), 김윤수(삼성)가 기록을 썼고 올해도 벌써 3명째다. 남은 시즌 한 명의 고졸신인이 더 데뷔전 승리를 챙긴다면 역대 최다 기록이다.

KBO리그 역사상 고졸신인으로 데뷔전 승리를 신고한 21명 중 9명이 2018년 이후 데뷔자다. 겹치는 타이틀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 또 하나의 세대, ‘베이징 키즈’다. 2008베이징올림픽 전승우승 금메달 이후 야구를 시작한 이들이 프로 유니폼을 입고 남다른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현장 지도자들은 이들의 배짱에 주목한다. 신인이라고 눈치를 보거나 기를 펴지 못했던 십수 년 전과 풍토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이들은 고참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젓고 자신이 주도하는 운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강백호(KT)의 성공사례가 후배들에게 ‘꽃길’을 닦아준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두 고졸신인은 데뷔 초반부터 남다른 활약을 펼치며 색안경을 벗겼다.

이제는 완전히 자리 잡은 고교야구의 투구수 관리 영향도 분명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투수의 1일 최다 투구수를 105개로 한정했고, 투구수에 따라 의무휴식일을 강제하고 있다. 과거처럼 100개 이상 던진 투수를 연투시키는 풍경은 더 이상 없다.
미래가 현재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흐뭇하다. 올해 KBO리그를 지켜볼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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