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새 옷을 입고 뛰어보자 펄쩍! 낯선 옷, 낯선 활약이 반가운 이들

입력 2020-09-0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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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원준-롯데 김원중-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두산 최원준-롯데 김원중-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맞지 않는 옷에 아무리 팔다리를 집어넣어도 결국은 찢어지게 마련이다. 선수에게 어떤 옷이 어울릴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입힐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감독과 구단의 몫이다.

2020시즌은 꼬까옷을 입은 선수들의 활약이 유독 돋보인다. 지난해까지 생소했던 자리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반전은 개인은 물론 팀 전체에도 큰 의미를 던진다.

그 중에서도 최원준(26·두산 베어스)의 활약이 눈에 띈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의 1차지명으로 입단한 최원준은 지난해까지 40경기에 나섰는데, 이 중 37경기가 구원등판이었다. 선발등판 비중은 7.5%에 불과했다. 올해도 시작은 불펜이었다. 개막 후 15경기에서 불펜, 그것도 추격조로 등판했다. 두산의 척추 역할을 맡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6월 1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두며 반전이 시작됐다. 그 뒤 다시 불펜으로 돌아간 최원준은 자신감을 완전히 찾았고, 7월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서부터 붙박이 선발로 활약하고 있다. 7일까지 올 시즌 선발로 나선 10경기에서 52.2이닝을 책임지며 8승무패, 평균자책점(ERA) 2.56으로 쾌투 중이다. 어느새 팀 내 토종 투수들 중 다승 1위다.

두산은 최근 선발투수 이영하를 뒷문으로, 마무리투수 함덕주를 선발로 기용하며 역할을 맞바꿨다. 이영하는 4경기에서 3.2이닝 비자책 1실점을 기록했고, 함덕주는 6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냈다. 두산은 이처럼 적극적 변화로 줄 부상 속에서도 가을야구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롯데 자이언츠 클로저 김원중(27) 역시 바꿔 입은 옷이 찰떡처럼 어울린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했지만 지난해까지 100경기(73선발)에서 20승26패2홀드, ERA 6.23에 그쳤다. 어떻게든 토종 선발로 육성하려던 롯데의 계획에는 올 시즌 변화가 생겼다.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의 의견일치로 김원중은 뒷문지기로 변신했다. 결과는 38경기에서 3승2패15세이브, ERA 2.75로 지금까지는 ‘대박’이다.

강백호(21·KT 위즈)도 새 옷을 입고 태어난 것 같은 모습이다. 2018년 데뷔한 강백호는 주로 외야수로 뛰었다. 물론 지난해 경기 중 부상과 엔트리 소진 등의 이유로 KBO리그 최초 단일시즌 투수, 포수, 1루수, 외야수 3포지션 등 전체 6포지션을 소화한 주인공이 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외야수가 주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강백호의 자리를 1루수로 바꿨다. 그 결과 중견수 배정대 카드를 발굴해냈고, 강백호도 1루에서 자신의 공격력을 맘껏 뽐내고 있다.

안 풀린다고 해서 손쉽게 변화를 택하는 게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탁월한 안목과 열린 마인드라면 새로운 길을 한 번쯤 모색하는 것도 마냥 부정적인 일은 아닐 듯하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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