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하성.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하지만 도루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 세이버메트릭스의 대부로 불리는 빌 제임스는 도루 성공률이 70%가 안 된다면 시도하지 말 것을 추천한다. 통계적으로 도루의 손익분기점은 약 73%다. 쉽게 말해 4번 중 3번 살 자신이 없다면 시도하지 않는 게 이론적으로는 맞다는 얘기다. 도루가 ‘하이 리스크 로 리턴’으로 불리는 이유다.
KBO리그에선 2015년까지만 해도 1202개의 도루가 나왔지만 2016년 1058개, 2017년 778개로 급감했다. 2018년 928개로 다시 늘었지만, 네 자릿수 도루는 여전히 멀어 보인다. 시도 자체도 갈수록 줄고 있다.
‘타고투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무사 1루와 무사 2루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도 이러한 경향을 부채질한다. 타이틀 홀더의 도루 개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 페이스를 단순 계산하면 역대 최초로 30도루 미만의 도루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2018년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이 역대 최초 40도루 미만으로 타이틀을 따낸 지 불과 2년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하성(25·키움 히어로즈)의 올 시즌 활약은 돋보인다. 7일까지 102경기에서 타율 0.302, 22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17로 펄펄 나는 중이다. ‘타자’로서도 넘치는 활약인데, 여기에 ‘주자’로서도 팀 공격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김하성은 올 시즌 19개의 도루를 성공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실패도 기록하지 않았다. 개막 이후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19개의 베이스를 훔친 것은 1994년 김재현(LG 트윈스)에 이어 KBO리그 타이기록이다. 한 번만 더 실패 없이 도루에 성공한다면 신기록이 된다.
키움은 올 시즌 89도루로 삼성(92개)에 이어 2번째로 많다. 하지만 성공률은 삼성(70.8%)보다 키움(83.2%)이 훨씬 높다. 키움은 기본적으로 타선의 힘 자체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도루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는 시선도 있지만, 성공률 자체가 워낙 높아 적어도 마이너스 효과를 내진 않고 있다.
결국 도루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순도를 높여야 한다. 무결점 도둑 김하성과 든든한 성공률의 키움이 올 시즌 이를 증명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