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모두가 라커룸에 들어가 코칭스태프와 하프타임 미팅을 했다. 그만큼 절박했다. 45분이 더 흐른 뒤에도 스코어가 바뀌지 않으면 ‘강등 지옥’으로 떨어질 판이었다. 다행히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다.
K리그1(1부) 인천 유나이티드가 생존 희망을 이어나갔다.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6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홈경기에서 짜릿한 2-1 역전승을 일궜다.
모든 힘을 다 쏟아내며 최근 2연패를 끊은 인천 선수들은 그대로 잔디에 드러누웠다. 6승6무14패, 승점 24의 인천은 여전히 꼴찌(12위)를 벗어나진 못했으나, 31일 원정으로 치를 FC서울과 시즌 최종전에서 이기면 같은 시각 펼쳐질 성남FC-부산전 결과와 관계없이 자력으로 생존을 확정할 수 있다.
인천이 원한 것은 단 하나, 승리였다. 전날(23일) 성남이 수원 삼성과 원정경기에서 2-1로 이겨 승점 3이 꼭 필요했다. 6승7무13패의 11위 성남은 10위 부산과 같은 승점 25를 확보했다.
그러나 인천의 출발은 불안했다. 패스 미스가 넘쳐난 전반 43분 부산 이동준에게 선제 헤딩골을 내줬다. 비기기만 해도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던 원정팀 부산은 악착같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인천의 ‘생존 DNA’가 꿈틀거렸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투입된 김대중이 큰일을 냈다. “할 수 있어, 인천”의 절박한 외침이 계속되던 후반 29분 무고사가 왼쪽 측면에서 띄운 크로스를 헤딩 동점골로 연결했다.
인천의 반격은 계속됐다. 1분 뒤 왼쪽 날개 정동윤이 부산 문전을 파괴하면서 직접 골망을 흔들었다. 인천 조성환 감독은 “엄청난 부담을 간절함으로 이겨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희망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도록 후회 없이 서울 원정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역전을 허용해 생존 신고를 미룬 부산 이기형 감독대행은 “오늘을 교훈 삼아 몸과 마음, 전술적 준비를 단단히 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부산 역시 31일 성남 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K리그1에 잔류할 수 있다. 부산과 인천은 나란히 24골로, 성남(22골)을 다득점에서 앞서있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